새어머니
열두 살 어린 아내를
끔찍이도 사랑하셨던 아버지
내가 먼저 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생의 삶 잘 살다 오라며
어머니 손 꼭 붙잡고 운명하셨다
아버지 떠나신 지 서른여섯 해,
어머니는 백수白壽를 치르시고도
여전히 건강하시다
한식을 맞아 찾아 간 아버지 묘똥 앞에
갓 시집온 듯 수줍게 피어있는
할미꽃 세 송이
이승에 두고 온 아내 기다리다
지치신 걸까
어여쁜 할머니를 셋씩이나 들이시다니
울 엄마 이제 클났다
적막은 산 쪽에서부터 내려와 정오를 거치면서 내가 누운 정자에 함께 누웠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가 깨어나지 않게 적막은 내 누인 머리를 고이며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