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떠도는 호수처럼

by 수우미양가


겹쳐진다는 것



병원주차장 주차라인 한 칸을 차지하고

박새가 죽어 있다

허공을 콩콩 밟으며 가는

나무와 가지사이를 건너 다니던 발과

방향을 잡느라 분주하게 휘젓던 날개가

빳빳하게 굳어 있다


새는 지상의 주차장에 부스스한 육신을

주차시켜 놓고

부리의 영혼만 페루로 떠나간 것일까


박새가 누워 있는 곳, 아무도

차를 대지 않았다

지상에서 가장 소형의 주차

장기 주차가 될 것 같지만

오래된 평토장 위에 무덤을 다시 쓰는 것처럼

어느 눈 밝지 못한 자의 바퀴가

저 주차 위에 겹쳐질 때가 올 것이다


여러 퇴적층이 쌓여 지층을 이루고 글자와 숫자들이 계절 속으로 떨어져 쌓이듯 겹쳐진다는 건 날개와 구르는 바퀴와 내 발자국들이 한데 뒤섞여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응급실 이동침대도 그렇고

청진기를 들고 걸어가는 저 의사의 늙은 귀도 그렇고

팔딱거리다 멈춘 심장소리들은 또

얼마나 많이 겹쳐져 있을까


까마득하게 겹쳐지며 채워져 나가는

빈칸 같은 죽음들,

의사가 말했다 내 몸에도

여러 날의 통증이 겹쳐져 있다고


병원을 나오며 돌아보니 여전히

빈칸 아닌 빈칸으로 채워져 있는 그곳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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