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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Aug 14. 2024

날마다 솟는 샘물

삼복더위


팔월 단대목 땡볕의 열기에 대지가 끓는다.


불콰해진 얼굴로 얼키설키 매달려

폭염을 즐기는 고추들

뜨거울수록 가죽 더 팽팽하게 부풀리는

독함이라니

고추는 매운맛을 저렇게 제 몸속에 키우나 보다


습기 가득 찬 풀숲에서

풀여치들이 더위를 털어내느라

날개 비벼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열기품은 바람이 밭고랑사이를 훑고 지나가자

잔뜩 추켜올려 허공을 휘젓던 옥수수대궁 넓은 팔에서 힘이 쭉쭉 빠져나간다.

호박잎의 뻣뻣한 기세도 풀이 폭삭 죽어버렸다


폭염도 아랑곳 않은 채

시간에 쫓기는 매미들만 나뭇가지 어딘가에

몸을 은닉한 채 최선을 다해 악을 쓰고

나무도 식물도 꽃들도 꿋꿋이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견뎌내고 있다


사람들이 도망치듯 그늘을 찾아 숨어드는 삼복더위


이렇듯 만물이 똑같은 환경 속에 놓이면

가장 약한 존재가 인간이기에

신은 인간에게 냉난방기기를 만들 수 있는 지혜를

특혜로 주셨나 보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태양볕을 비집고 엊그제

입추가 조심스레 입성을 했다.

더위가 입추를 보고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아침저녁으로 열기가 약간씩 주춤해졌다.

역시, 계절의 기세를 잡는 건 또 다른 계절이다.


자연이 절기를 따라 순환하고

또 계절이 계절에 순복하고 순응하는 것을 나는

위대하신 신의 섭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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