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뒤 교육계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 SW교육 등에 대해 이슈가 되고 있다. 1,2,3차 산업의 구분의 기준은 '자연에서부터의 거리'다. 자연으로부터 더욱더 거리를 두게 된 인류는 '문화'라는 세컨드 네이처(second nature)를 출현시키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진화의 하이웨이를 타게 된다.
급기야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에 대한 대비로 새로운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제공될 교육의 서비스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전제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당장 2025년부터 적용받게(?) 될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인지 교육자료인지 법률적 해석이나 판단의 영역이 남아있지만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학교는 반신반의하며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도 여러 차례 온오프라인으로 연수를 받으며 실제 도입될 교과서의 모습을 약간이나마 맛보았다. 연수를 들으면 들을수록, 정책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받을수록 드는 생각은 '과연 이것이 효과적인가? 아니 도리어 교육적인가?'라는 것이다.
효율성과는 다른 문제다. 효과성은 객관적으로 검증되기보다는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다. 교육적이라는 말은 보다 형이상학적이다. 도둑질이나 거짓말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를 제외하고 가르치는 모든 행위를 우리는 교육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즉, 교육에 대한 개념 자체가 넓고 정교하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혼돈을 겪게 되는 것이라 먼저 짚어두고 싶다.
어찌 보면 가장 쉬우면서도 무서운 말이 '이거 교육적이잖아?'라는 말이다.
개별화, 자동화, 지능형 학습으로서 디지털, AI교과서를 강조하고 있고 일정 부분 그 기능은 작동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적인 기억과 경험에 의하면 액정표면에 스치듯이 떠오르는 지식은 대기의 먼지처럼 가벼이 흩날려 사라진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대부분의 승객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져 있다. 그리고 각자의 세상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러다 곧장 고개를 들고 현실로 돌아와 허둥지둥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마치 타임루프(TimeLoop) 영화 같다. 휙휙~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며 즉흥적이다. 뉴스도 타이틀만 빠르게 섭렵하고, SNS도 더욱더 이미지 위주로 취사, 선택하며 디지털 콘텐츠는 지금도 시시각각 변모한다. 그에 따른 우리의 인지와 인식, 습성이나 태도도 변화한다는 최근 연구는 무수히 많다. 뇌의 용량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고, 문제해결능력이나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의 방식도 오히려 퇴보한다는 이론이 많다. 쉽게 사고실험을 해봐도 3만 년 전 구석기 인류보다 우리가 무인도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더 낮다. 1만 년 전 신석기인들보다 먹을 것을 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고, 5천 년 전 청동기 시대사람들 보다도 길을 잘 찾지도 못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까?
다시 '교육'의 영역으로 돌아와서, 디지털, AI교과서를 직접 받아 들어 보진 않았지만 예측은 할 수 있다. 현재의 다양한 디지털 코스웨어 또는 툴들의 기능을 보면 말이다. 먼저 도입이 될 거라 하는 수학, 영어, 정보교과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자. 수학은 학생들의 문제 풀이를 개별 검사하고, 풀이의 결과를 편리하게 채점해 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문제해결결과를 누적하여 데이터화하고 분석해 줄 것이다. 어떤 영역에서 약점을 보이고, 어떤 부분을 더 지도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용이할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언, 문, 해를 기록하고 측정하고 평가하는데 효율성을 발휘할 것이다. 정보는 다양한 SW와 연동되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국가 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아왔다. 이제 학생들은 시험지가 아닌 태블릿 pc 또는 크롬북, pc 등으로 문제를 들여다본다. 문제의 지문은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어폰을 이용해 귀로도 듣는다. <보기>에 제시된 자료들은 클릭으로 재생이 가능한 멀티미디어를 지원하고, 학생들은 보다 입체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디지털 교과서의 모습이지만 우리나라 근대의 '학교'라는 공간이 만들어진 뒤 150여 년간, 다루어진 종이로 된 교과서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책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종이나 양피지를 그 시초로 보면 2천 년의 역사다. 간독(簡牘)이나 파피루스로 거슬로 올라가면 약 4천 년으로 배가 된다. 여기서 종이책의 수명이나 종말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류의 지식 형성에 절대적 기여를 했던 문자의 출현과 '기록' 그 수단으로써 '종이책'이라는 것을 분명 기억해 두자는 것이다.
'수천 권의 지식을 한대의 스마트기기에 담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라며 e-book과 전자책 단말기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시장 데이터 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전자책 시장의 매출 규모 추이는 2021년 161.1억 달러(약 20.9조 원)를 기록한 이후 2026년 186.9억 달러(약 24.2조 원)까지 이르러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출판업도 디지털의 가속화와 함께 전자책의 소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스마트기기의 저변화와 함께 전자책의 소비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하는 업체는 디지털 서비스에 보다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비고츠키나 피터스는 우리 인간이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 자체와 그 내용의 문화. 역사적인 힘을 강조한다. 교육이라는 인간 고유의 행위를 관찰해 보면 사람과 사람 간에 관계(교사와 학생)와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의 형식(교과)이 도드라진다. 교육이 일어났다는 것은 측정이 가능한 '지능'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지, 인식, 이해에서 깨달음까지 이것은 인간의 마음과 같은 영역이기에 더욱이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두 손을 들고 '모르겠다'하는 의식과 가까운 개념이라는 것이다.
디지털도구나 콘텐츠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면서 관찰되는 모습은 일단 학생들이 오히려 교사보다 '능수능란'하다는 것이다. 또한, 빠른 피드백과 경쟁의 요소를 집어넣은 요즘 콘텐츠들은 학생들의 집중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때에 따라서는 적당한 수준의 난이도의 설정으로 몰입의 지경까지 몰고 가는 경우도 있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요소가 모두 다 들어있다. '교육을 게임처럼'이라는 모토와 같이 점점 더 디지털 교육은 진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지털도구나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 후 느낌을 직접 물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에 손을 든다. 왜일까?
그 이유는 다음에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