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잘못된 신념은 민주주의를 후퇴 아니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지난밤사이 계엄 포고령이 떨어지고 난 후 한 시민이 이렇게 대답한 인터뷰를 들었다.
"발전된 민주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듣던 중 이런 의문이 들었다.
민주주의는 발전하는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가?
위의 사진은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성취기준 '[6사 05-01]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을 통해 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에 따라 필자가 구성한 수업이다.
대한민국 현대 민주화 연표를 시기별로 주요 인물과 사건을 매칭하면서 완성한다.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민주화 가치를 점수화해보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을 일련의 흐름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수업의 의도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을 일반화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탐구수업으로 진행했고, 의문을 가지게 된 질문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해 왔는가?
로 시작했다.
보통 주제 속에 지식은 단편적이거나 파편적이다. 그것을 일련의 흐름으로 관계 맺어 인식하는 것은 보다 더 고차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분절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꿸 수 있는 가장 좋은 축은 시간과 공간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이라는 인식 속 존재하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이 개인들의 사고의 연결이 '개념'이고 우리는 그러한 '개념'을 내재화하는 것을 '학습되었다'라고 표현한다.
한 팀이 완성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연표다.
시기에 따라 일어난 사건과 거기에 관련된 인물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로축인 '민주화 정도'라는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교사의 의도를 다르게 파악한 위의 팀은 이승만을 민주화에 기여한 인물로 배치한 이유를 4.19 혁명을 촉발시킨 원인이기 때문이라 답했다. 결과로써의 사건이나 인물이 아니라 원인으로 파악하고 점수를 부여한 것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사전에 필요했다. 중간에 추가 설명을 하여 연표는 수정되었다.)
"3.15 부정선거, 5.16 군사정변, 1212 사태 등은 에 민주주의에 역행한 사건이다. "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온 사건이다. "
여기서 조금 더 정교하게 운동과 항쟁, 혁명의 개념을 구분할 수 있었고, 정변(쿠데타)과 사태, 사건 등을 구분할 수 있었다.
실패하면 반역이고, 성공하면 쿠데타야! 는 식의 결과로써의 승자의 기록이 아닌, 사료와 근거에 기반한 개념의 명명은 매우 중요하다.
다름에서 가치가 출현하고 가치는 논쟁을 일으킨다. 논쟁을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민주화는 후퇴시켰지만 경제를 성장시킨 리더!라는 뉘앙스의 의견들도 있었지만 토론의 주제에서 비껴갔기 때문에 과감히 배제했다.
5.16 군사정변과 1212 사태로 일어난 논쟁은 다음과 같다.
"이름 그대로 정변이고 사태잖아. 5.16과 1212로 군인들의 독재정권이 만들어졌으니 민주주의는 후퇴했지!"
"그렇지만 당시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을 수습하고 안정시킨 것은 인정해야 해! 그러니 민주화 점수를 그렇게 나쁘게 줄 수는 없어!"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질문이다. 그럼 10.26 사건은 어떻게 생각해? 6월 민주항쟁은 왜 일어났을까?
10.26 사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더 분분하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인물을 처단했으니 민주화에 더 가까운 사건이지 않을까?"
"살인은 불법이고 범죄다. 게다가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이므로 민주화를 오히려 역행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어서 1212가 등장했지 않나? 오히려 나라를 혼란에 일으킨 비민주적 행위였다."
"하지만 장기 독재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행위이므로 민주적 행위로 봐야 한다. 안중근, 윤봉길도 폭력이지만 독립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지 않나?"
"신군부의 독재에 참을 수 없었던 국민들이 '6월 항쟁'을 일으켰잖아! 그러므로 그 원인이 된 1212는 결코 민주적 사건이라 볼 수 없다!"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역사적 사건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든 일반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발전과 후퇴를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
"한 사람의 잘못된 신념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주의다.
민주정치의 원리는 국민주권, 국민자치 그리고 입헌주의와 권력분립이다.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는 다수결, 양보와 타협, 그리고 대화와 토론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일어났던 윤석렬의 계엄선포는 분명 비민주적이고 위법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무력으로 점령하려 했던 폭압적 독재행위는 분명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아니 내란을 일으킨 반국가적 판단과 행위였다.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사용했다지만, 동기와 명분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도 투명하지 못하다.
국민들은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갔고, 온라인에서도 국민들은 잠들지 않고 일어났다.
우리가 믿어왔던 민주주의는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는, 그 뿌리가 결코 깊지 않은 생명력이 얕은 나무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다시금 확인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잠시만 방심한다면 잘못된 소수의 신념으로 그 근간이 뿌리 뽑히고 난도질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더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알려줄까?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이 빠져있다.
결과로써 민주화와 산업화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