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지도 그리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세 개의 대륙이 함께 꿈을 꾼 바다

by 신승엽
지중해 지도

지중해 지도를 보면 마치 악어가 한쪽 팔을 들고 헤엄을 치는 모습입니다. 지브롤터 해협이 열렸다 닫혔다를 십 수 번. 지금은 대서양과 연결되어 있는 열린 바다이지만 유럽인들은 그들의 내해로 부르며, 돛을 달고 노를 저어대며 문명을 일구었습니다.


지중해를 둘러싼 반도

지중해를 누르는 네 개의 기둥(반도). 즉 '이베리아'와 '이탈리아', '발칸'은 유럽입니다. 튀르키예가 위치한 '아나톨리아'는 예로부터 소아시아라 칭하며 구분 지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브롤터 건너 북아프리카 반도도 지중해와 접해 있습니다. 포에니 전쟁(로마 VS카르타고)과 트로이 전쟁(그리스 VS소아시아), 펠로폰네소스전쟁(스파르타 VS아테네) 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전쟁들 모두 지중해를 배경으로 일어났습니다.

지중해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삼각 교차로이자, 고대부터 동서무역의 핵심 항로였습니다. 로마 제국 시기에는 “내해(Mare Nostrum, 우리의 바다)”로 불릴 만큼 로마 중심의 지배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후 오스만 제국, 스페인, 베네치아 등 다양한 세력이 지중해를 장악하면서 해양 패권의 핵심 무대가 됩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지중해를 간단하게 형상화해보겠습니다.


지중해의 바다를 토막 쳐서 바다를 구분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 반도의 서안을 '티레니아 해'로 부릅니다. 티레니아 해에는 '코사시', 위에서부터 코르시카, 사르데냐, 시칠리아 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반도 동안은 아드리아해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아리아드네가 빠진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합니다.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섬의 왕 미노스와 왕비 파시파에의 딸입니다.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태어난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운 테세우스를 도운 죄(?)로 크레타섬을 떠나 발칸반도와 이탈리아 반도 사이의 바다에 빠진 것입니다.

아드리아해는 서방 세계와 동방 세계를 잇는 관문으로 지중해를 서와 동으로 구분할 때 중앙 지중해로 분류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미노스왕의 크레타섬은 발칸반도 아래 받침처럼 받치고 있는 섬입니다. 크레타 섬이 떠있는 에게해는 그리스 본토와 소아시아, 크레타 사이에 펼쳐진 복잡한 섬의 바다입니다. 고대 항해와 교역 문명의 중심무대로써 유럽 문명이 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에게 문명의 핵심은 크레타섬(미노스문명)에서 그리스 본토로 확산되는 과정입니다.

지중해의 구분

지중해를 동과 서로 구분하면 이탈리아 반도 앞 시칠리아 섬이 기준점이 됩니다. 시칠리아섬 서쪽을 서지중해, 동쪽을 동지중해로 부릅니다. 시칠리아섬 아래를 이오니아해라 부릅니다. 아드리아해와 에게해를 연결하는 해상 고속도로의 역할을 했죠. 그리스 서부(이오니아 도시)에서 고대 철학과 수학 전통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탈레스와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등이 출현하며 사상과 교역이 교차한 지점 정도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지중해의 바다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중해 해역의 구분

지중해 해역을 위와 같이 5개의 토막으로 구분하면 서지중해의 티레니아해부터 중앙 지중해의 아드리아, 동지중해의 이오니아와 에게해, 그리고 유럽(그리스) 문명의 시작인 크레타 해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드리아해는 모험의 경계, 이오니아 해는 지혜의 통로, 에게해는 영웅의 무대, 크레타는 신들의 기원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으로는 지중해의 섬의 크기를 순서대로 정렬해 보겠습니다.

지중해 섬 면적 순위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은 이탈리아 반도 장화코 앞에 있는 시칠리아입니다. 마치 장화 앞에 놓인 축구공 같은 느낌입니다. 면적이 약 2만5천km2이니 남한 면적의 약 1/4에 해당합니다. 인구 또한 약 500만 명으로 대구와 경북의 인구를 합친 수준입니다.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사이를 '메시나 해협'이라 부릅니다.

두 번째로는 이탈리아 통일의 공신 사르데냐입니다. 정확히는 사르데냐 왕국의 일부였던 섬입니다. 사르데냐 북쪽으로는 지중해에서 4번째로 큰 코르시카입니다. 코르시카는 1768년 프랑스 영토로 편입됩니다. 나폴레옹이 코르시카에서 1769년 태어났으니 1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유럽의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이렇게 티레니아 해역에 자리한 '코사시'외에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되어 있는 키프러스가 있습니다. 이는 지중해 최대 정치-외교 문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원인은 오스만과 영국 식민지, 그리스와 튀르키예 민족주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남부는 그리스계, 북부는 튀르키예계로 나뉘어 있고, 수도인 니코시아도 베를린처럼 도시가 절반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UN군이 완충지대를 지키고 있죠.

다섯 번째 큰 섬은 위에서 설명한, 발칸 반도를 받치고 있는 미노스 문명 크레타 섬입니다. 이 정도만 정리해도 지중해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도식화해보겠습니다.

지중해의 도식화


지중해를 향한 네 개의 기둥인 이베리아, 이탈리아, 발칸, 아나톨리아 반도

그리고 서쪽부터 티레니아, 아드리아, 이오니아, 에게해

코사시와 크레타, 키프로스 섬까지

직선으로 위치와 거리만 왜곡하지 않게 그려냈습니다. 유럽과 소아시아, 아프리카 사이에서 수많은 배들이 왕래하면서 교류했을 것이고, 때로 크게 다투기도 했을 것입니다. 유라시아의 정주민들과 유목민들이 교류하다 싸우다를 반복하며 문명을 만들어 나갔듯이, 유럽은 이 지중해라는 루트(route)를 통해 문명을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지중해는 유럽 문명이 태어난 자궁이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세 개의 대륙이 함께 꿈을 꾼 바다입니다.


지중해는 햇빛 아래 반짝이는 휴양의 바다가 아니라 수천 년 인류의 시작과 비극이 물빛 속에 가라앉아 있는 문명의 거울입니다. 크레타의 미궁에서 시작된 문명, 아드리아의 전쟁, 이오니아의 철학, 에게해의 영웅의 눈물, 키프로스의 분단까지... 찬란함과 상처가 겹겹이 쌓인 인류사의 바다를 이해하지 않으면 유럽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지중해 아래의 큰 대륙. 아프리카를 도식화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