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에서 아역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이다. 문동은이 체육관을 자기 발로 당당하게 걸어가 패거리들의 꿈을 하나하나 읊는다. 박연진은 현모양처. 사라, 재준까지 다 읊는데 거기서 명오만 빠진다. 그러자 손명오는 말한다.
나는 왜 빼? 내 꿈은 백만장자야!!!!
그리고 훗날...패거리 중 한 명의 약점을 알게 된 손명오는 흐흫헤헤헤 하며 "야, 나 한 10억 부른다?" 라고 한다.
10억. 대충 계산하면 백만달러.
나이가 10대에서 30대로 바뀌어도 손명오에게 가장 큰 돈은 10억원, 백만달러 그 이상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요즘 서울에 왠만한 아파트도 10억원 안팎이니, 참 얇팍한 사고관을 알 수 있는 두 장면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배경을 토대로 성장한다. 손명오는 30대가 돼도 자기를 개 취급하는 친구들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찌됐든 힘이 있어 보이고 간지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오하기 때문에 그들을 한 방에 넘어설 방법으로 무리수를 택하고 증발한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복수를 계획하는 문동은과 아주 상반된 모습이다.
백만달러가 10억원으로 변하는 것처럼 아무 변화도 없는 사람이 있다.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가진 배경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배경에서 발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좋은 출발선에서 출발한 사람들보다 시야도 넓고 괜찮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