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안쓸란다

카프레제 샐러드

by 안기자

모바일 장보기는 많이 하지만 새벽배송은 한 번도 안써봤다. 한 때 새벽배송도 경쟁이 유난스러웠다. 지금은 새벽배송을 하는 곳만 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쓱닷컴이다. 홈쇼핑까지 새벽배송에 나선 적이 있다. 그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문앞에 도착하는 획기적인 시스템. 배송경쟁은 그렇게 '새벽배송'까지 이어졌다.


나는 새벽배송이 필요한 생활도 아니고 굳이 급하게 뭔가를 먹어야 할 때도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랬다.


"새벽배송이 요즘 노동 트렌드와 맞다고 생각하세요? 워라밸 따지는 이 시대에, 새벽배송은 솔직히 요즘 스타일이 아니예요."


저 말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새벽배송을 처음으로 시키게 됐다.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바질을 포함해 이것저것 시켰다. 내일 오전 6시까지 도착할거라고 했다.


잠결에 밖에 '툭!'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벌써 6시구나. 일어나야지..으으...일어나기 싫어..으으...알람 울리면 일어나야지....


그리고 꽤 오랜시간이 흘러 알람이 울렸다. 이상하다. 문 앞을 확인해보니 예정대로 상품이 도착해 있었다. 해당 앱은 물건이 오전 3시에 도착했다고 알려줬다. 누군가가 밤 새 물건을 트럭에 실어 오전 3시에 내 집 앞에 두고 간 것이다.


아무리 3교대 같은 시스템을 쓴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카프레제 샐러드를 위해 누군가가 잠을 안자고 새벽길을 운전한다는 거. 나는 유쾌하지 않았다.


바질은 신선하고 향이 너무 좋았다. 집에 있던 방울토마토와 치즈를 접시에 담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렸다. 그리고 바질을 위에 올렸다.



맛이 없었다.. 이정도면 반전 아닌가.


지금은 옛날 산업화 시대가 아니다. 누군가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워라밸을 포기시키는 건 요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지독한 시대를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