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 the World Behind (by Rumaan Alam) 은 제목처럼 그저 '세상을 잠시 떠나' 있고 싶었을 뿐인 한 가족의 이야기다.
휴양지에서 얻은 한적한 집에서, 부부와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 둘이 잠시 '일상을 벗어나' 보려 하지만, 그럼으로써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그러나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서로 서로와 세상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천천히 진행되던 이야기는 곧 예상치 않게 집주인이 찾아오면서 속도를 더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군가의 추천이든 수상작이든, 일단 어떤 이유로든 책을 읽기로 하면 일부러 작품소개나 추천 등이 실린 플랩을 잘 읽지 않는데, 누구의 구체적인 의견에는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 물론 다 읽고나면 감사의 말씀까지 다 읽는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내가 이미 아는 작가라면 대개는 대충 장르라도 알 수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고 오래 전에 도서관에 신청을 해놓았다가 풀린 책이면 애초에 왜 읽으려고 했는지가 기억이 안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한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이 책도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일지 모르고 시작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도 혹시 이게 누군가의 꿈일까, 그러다 만다는,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일까, 생각하면서 읽다가, 소년이 열이나서 앓아누웠다가 일어나 이가 모두 빠지는 장면에서, 아 돌아갈 수 없겠구나, 이거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철렁하던 순간이 있었다.
묘하게도 누가 죽었다는 것보다 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하던 모티브.
한국에 번역이 되어 들어갈지 모르고, 영어로 읽을 분들이 있을까 싶어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이 책은 세상 종말에 관한 이야기이다. ( 돈 워리.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세상을 '잠시' 벗어나고 싶다
고 생각하지만,
잠시는 얼마나가 잠시인가,
벗어난다면 얼마나 벗어나고 싶은가
생각해보게 해 주는 이야기.
그러고보면 우연히도 최근에 읽은 책들 중 다수가 가족들이 휴양지나 가족 별장에 가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Imagine Me Gone ( by Haslett, Adam)도, Deborah Levy의 Swimming Home도, Ali Smith의 The Accidental도, 살짝 내용이 혼동이 될 정도로 가족 구성원과 도입부가 엇비슷했다. 그리고 문득, 그렇게 생각하면 Ann Patchett의 Bel Canto도 누군가의 저택에 인질로 잡힌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펼쳐지는 낯선 세상을 그림으로서, '익숙한 세상이 아닌 곳'에서 주는 모종의 환상을 이용한 작품이다.
'집'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조금은 늘 벗어나고 싶은 곳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많이 벗어나면 안되는
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일까.
내 삶처럼.
'떠난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생각.
죽고 싶다는 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은 다른 생에서 더 잘 살 자신이 있다는
어쩌면 더 강한, 생에 대한 열망일 수도 있으니까.
....
살아 갈수록
마음먹기 나름이 아니라,
몸먹기 나름이란 생각이 커진다.
글쎄 그 마음도 체력이 있어야 먹힌다니까(?!)
젊었을 때는 아무리 힘들고, 없고, 잘 안 풀려도, 그래도 건강한 몸하나 믿고 더 멀리 걷고 더 많이 들고 더 많이 해 내려 애썼던 거라.
다 몸이 되니까 그럴 수도 있었던 거라.
나이 먹으면 자동으로 현명해진다고 생각하는 건 마치 한인타운에서 한인하고만 놀면서 자동으로 영어가 그 놈의 '원어민 수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일이고 ( 물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면서 한인하고만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해도 되는데 영어가 늘리는 없지요)
그보다 몸과 정신이 낡아서 모든 것에 황망해질 뿐이다는 생각이다.
우리 시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 손주 며느리를 가르치시며 잔소리 한번 하신 적이 없으시면서도 당신이 자칫 무슨 실수라도 하시면 혀를 끌끌 차시며,
"아이고, 내 이제 갈 곳은 한 곳 뿐이다"
하곤 하셨는데, 수년전 방년 92세에 결국 '그 곳'으로 가셨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지금 코비드 때문에
그전에는 몰랐던,
몰라도 되었던,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
을 알게 되었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그래서 내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살아온 세상과 앞으로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정말 모른다는 걸 깨달았고,
그러니 이제는 어차피 미래는 커녕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남의 일도 모르고,
겪어봤어도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니 대처수단도 대처 능력도 다 다르고,
그저
힘들다면 그래 힘든가보다,
아프다면 그러게 아픈가보다,
우울하다면 아이고 그렇게 우울해서 어째,
하고
마음 써 '공감'하려 할 뿐,
이렇게 우리 모두 각자
'가는' 중인 게지, 한다.
흥, 가면 가는거지.
근데 그냥 좀 안 '아프다' 갔으면 좋겠다는 거지 뭐 투덜
* 참고로, 미국인들은, 거창한 별장이 아니라, 주로 물가에, 냉난방은 당연히 안되고 기껏해야 전기만 들어오고, 물은 배달받아 탱크에 채워서 쓰고 푸세식 화장실을 쓰며, 가스(통)로 모든 것 ( 캠퍼처럼 냉장고 등 시설을 가스로 사용할 수 있고, 물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발전기 소지는 필수다) 을 해결하는 저렴한 캐빈을 사 놓고 여름이면 가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