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엎드려서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여러차례 재시도에 의해, 아마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은, 마치 아직 건드려서는 안되는 뾰루지를 건드린 것 같은, 어딘지, 딱히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빙판에 미끄러져 다치는 것처럼,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처럼, 번연히 내가 피해자인데도 동시에 가해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발견하는, 그래서 이제는 그걸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그 사실을 미리 짐작하는, 천형을 사는 시리고 쓸쓸한 사건들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 나이드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 내가 정말 그 결과를 바꿀 수 없었을까,하는, 소용없는 의구심도 함께하는. 그래서 소용없는 후회는 하지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후회는 소용없으니까 하는 것이다. 소용이 있으면 벌써 되돌려놨지 후회나 하고 있을리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