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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의 <제부도>를 읽고 +추가내용(소설의 장점)

8강 숙제

by 아타마리에

1. 주제의식

이 소설은 여자 주인공의 결핍된 자아가 어떻게 뒤틀린 욕망을 낳고, 결국 또 다른 결핍을 만들어내며 반복된 파국을 초래하는지, 트라우마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 구성: 현재–과거–더 과거–과거–현재

소설은 현재(여주인공이 제부도에 도착)에서 시작해 과거(유부남과의 관계), 더 과거 플래시백(첩의 딸로 자란 어린 시절), 과거 (제부도에서의 남자와의 이별)을 거쳐 현재 (삶의 단절을 선택)로 돌아오며 여주인공의 심리에 깊이를 더한다.

3. 상징

<싸리꽃>

싸리꽃은 여자 주인공의 삶을 은유한다.

“집의 담장 대신 둘러친 가지들 사이에서 하얗게 묻어났다. 피었다고 하기도 쑥스러운 모습… 눈이 녹듯 맥없이 사라지는…”라는 소설 속 문장은 첩의 딸로 자라며 삶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늘 주변에 묻혀 숨듯이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자아상이다.



<제부도>

제부도는 여자 주인공의 고립과 단절, 관계의 단절을 상징한다.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고 닫히는 섬은 연결된 듯 보이지만 다시 단절되는 유부남과의 관계, 또는 엄마와의 관계이자, 선명한 듯 보이다 물이 차오르면 없어지는 신기루 같은 그녀의 사랑과 욕망이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부도는 결국 다시 고립되고 끝을 향해 단절되는 여자 주인공을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얼굴 없는 여자>

마지막에 사진 속 표면이 벗겨진 여자의 얼굴은 뒤틀린 욕망이자 이상향이 붕괴되고 정체성 마저 소멸되는 것을 상징한다.

4. 감상평

소설 속 주인공은 첩의 딸로 태어난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울에 와서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가 찾은 사랑 또한 안정이 아닌 위험하고 뒤틀린 욕망에서 기인한다. 이는 어린 시절의 상처가 성인이 된 뒤에도 반복적으로 자기 삶을 지배하는 트라우마의 대물림 구조를 보여준다. 결말에서 주인공은 사랑했던 남자도, 어머니도 잃고, 결국 자기 자신과의 관계마저 단절한다. 이것은 결핍의 반복과 트라우마의 사슬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반복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슬픈 결말이다.



+추가내용


<소설의 장점 분석>

1. 간결한 의미 반복으로 만들어낸 문장을 적절히 배치해서 만든 리듬감

- “내게는 그 열차가 잠시 시야에 잡혔던 꿈처럼 느껴졌다. 다시 꾸려고 애써보아도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 꿈. 수면과 깨어남 사이에서 다만 두통만을 남길 따름인 부질없는 노력. 나는 눈을 깜박이며 기차의, 여자의 영상을 털어냈다. 길 옆의 하얀 싸리꽃이 눈부시게 다가왔다."

- ”가벼워져야 해. 우리 사이는 더 가벼워져야 해. 그의 말이 빈 깡통의 울림처럼 내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 “새다, 새가 따라온다. 아이들이 우르르 창가로 몰렸다."


2. 적절한 은유

- 이윽고 여인은 한 무더기의 하얀 살덩이를 내놓고 사라졌다.

- 당신 손에 피가. 질겁을 하며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꽃은 눈 녹듯 사라지고 싸릿가시만이 얼기설기 엮인 가시관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 그 속에 무심결에 친친 휘감은 전화선이 포승처럼 얽혀 있는 내 두 손이 보였다


3. 오감을 활용한 감각적인 묘사

- 얼음처럼 차가운 우물물의 냉기가 이마에 얹힐 때마다 나는 움칠움칠 몸을 떨면서 단내가 나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 다리를 타고 올라온 냉기에 흐득 몸을 떨며 나는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발 밑에 서걱거리는 돌들 때문에 나는 자꾸만 비칠거렸다.

- 주위를 돌며 그는 푸른 물살 위로 소리 높여 웃음을 날리고 그 웃음이 둥글게 퍼져나가 수면에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어나리라...... 발에 감겨드는 바다가 내 몸 곳곳을 훑는 그의 손길처럼 느껴지고 한기가 돌던 몸으로 점차 뜨거운 기운이 밀려들었다.


4. 역설법

- 사라져 가는 길 위로, 이미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나는 그를 끌고 가고 있었다. => 내가 가려고 노력해도 비극을 향해 가는 아이러니를 표현


5. 캐릭터의 입체성

여주인공: 유부남과의 사랑에 뛰어든 여주인공은 결핍의 피해자이지만, 이 관계 자체가 남자의 가정을 파괴하고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 "그의 손과 꽃이 한 무더기가 되어 내게로 건너왔다... 피가, 당신 손에 피가. 질겁을 하며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꽃은 눈 녹듯 사라지고 싸릿가시만이 얼기설기 엮인 가시관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유부남: 무심함과 애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 가해자이며 동시에, 자신의 운명에 갇혀 물속으로 단절을 택하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 “그의 웃음소리와 내 것이 합쳐져서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와 내가 걷는 길 옆에는 휘어진 싸릿가지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잔가지 같은 싸리에서 눈처럼 희게 꽃이 피어나고, 이것 봐요...... 내가 꽃을 가리키자 그가 뚝뚝 가지를 꺾어 둥근 화환을 만들었다. 자아. 나는 그가 내미는 손 가득한 꽃무더기를 보았다. 싸리꽃도 아름답구나...... 나는 꽃과 꽃 그림자가 어룽진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서 받아, 네 거야. 그의 목소리가 꿈속처럼 은근했다. 주저주저하면서도 나는 손을 내밀었다.”


6. 주제의식과 상징성- 위에서 이야기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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