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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Jul 17. 2022

방구석 일본어 31 : 하이볼

상큼하고 톡톡 쏘는 게 생각나는 계절






 일본식 하이볼은 마시기 좋아서 위험한 술입니다. 


생맥주 잔보다는 약간 작은 손잡이 컵에 냉기가 넘쳐흐를 듯 담아낸 얼음이 가득하고, 기호에 따라 한, 두 잔 독주(위스키)를 넣은 뒤에 입 안을 마사지하듯 두드려줄 강한 탄산수를 넣어 섞으면 완성.


당신이 하이볼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며, 진짜 술꾼이라고 자부하는 편이라면 레몬 시럽이나 착향 탄산수는 섞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단 맛이 거의 나지 않는 탄산을 섞은 하이볼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이볼의 역사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최근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하이볼은 일본의 그것이 대표적입니다. 산토리(SUNTORY)에서 만든 산토리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은 일본 이자카야 주류 메뉴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 현지의 이자카야는 음식이나 안주를 조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생맥주를 주문하고, 첫 잔을 받아 건배 후에 한 모금 깊게 들이켜고나서부터 주문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단골집이라면, 정해둔 메뉴가 있겠지만 대개는 생맥주 주문을 먼저 하는 편입니다.)


요리(안주)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문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몇 번이고 무료로 리필해주는 기본 안주는 없고, 삶은 풋콩(에다마메)조차 값을 지불하고 주문해야 합니다. 네 명이 함께하는 술자리라면, 대여섯 개의 안주나 요리를 주문 한 뒤에, 그날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생맥주를 마저 마십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입니다. 생맥주는 너무 시원하고 달콤해서(하루 일을 마친 후, 피곤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금세 바닥을 보입니다. 두 번째 잔 까지는 생맥주를 이어서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서부터 하이볼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탄산과 얼음에 희석되었다고 해도, 독주는 독주. 40도 상당의 산토리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몇 잔씩 연거푸 마셨다가는 다음 날 정시출근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헤롱헤롱 집에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는, 두 번 다시 어제 같은 과음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시원-한 탄산과 한 잔을 다 비우도록 채 녹지 않고 버텨주는 얼음 때문에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술입니다. 1937년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뒤지지 않는 일본의 위스키'를 목표로 산토리 창업자인 토리이 신지로가 만들어 낸 가쿠하이(산토리 위스키의 별칭)의 85년 역사를 극복하기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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