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줄이기
우리는 매일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제한된 에너지를 품고,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의 저자이자 정신과의 가바사와 시온은 기상 후에 보내는 2~3시간이 우리 뇌의 골든 타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아침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의 제 인생에서 나를 위한 조기 기상은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깨워서, 사회인이 되어서는 일 때문에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나가기 바빴던 아침들이 가득합니다. (서울에 살면서 통근에 1시간을 써야 하는 저로서는 4:30 기상이 3시간의 골든 타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이겠지만.. 무리)
저는 '이미 늦었고, 평생 올빼미형 인간으로 비교적 잘 살아왔으니 그만 된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와 반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위에 소개했던 하루의 에너지나 뇌의 골든 타임설(説)에 대해, 마냥 비판적일 일은 아니라고. 적어도 그들은 책을 한 권 썼거나, 유튜브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여 유명해진 사람들이니까 지금의 나보다 무언가 더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수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실행을 위해 두 가지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하나, 되도록 오후 11시에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리고 6시에 일어난다.
둘, 스마트 워치는 사용하지 않는다.
첫 번째 조건은, 하루에 아무런 방해도 없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목적이며 뇌의 골든타임을 충분히 활용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설정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일상(출근~귀가)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스마트워치를 구매한 것은 2018년 여름. 몇 달을 고민한 끝에, 생일 선물로 일본에서 면세를 받아 구매한 애플 워치 3은 1년 정도 사용하고 신선함이 사라졌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 스마트 워치의 효과적인 활용방법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처음 워치를 차고 다닐 때 느꼈던 장점은, 스마트폰을 매번 꺼내보지 않아도 푸시/전화 등의 알림을 손목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지금 답해야만 할 메시지나 전화, 또는 메일의 제목을 보고 기대리던 연락인지 아닌지를 '미리'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보면 되었기 때문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점은 몇 년 동안 사용하며 단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워치를 차고 있다는 자각은 점점 옅어지고 그냥 스마트폰을 꺼내어 화면을 쳐다보거나, 시간을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인스타그램 홈 피드에 올라온 새로운 게시물에 매몰되어 있는 저를 돌아보고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업무를 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중이 손목에서 진동이 느껴지면 어김없이 2인치 남짓의 화면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현상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중요한지 아닌지도 결국 화면을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인데 실제 대부분은 그 순간에 하고 있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 또는 휴식의 가치보다는 덜 중요한 단순 알림에 불과했습니다.
'인스타 브레인'의 저자 안데르스 한센은 지나친 자극이 우리의 삶의 주도권을 빼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성취에 대한 뇌 내 보상 물질로 알려진 도파민은, 사실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더 큰 임무이며, 주의를 끄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게끔 인간을 바꾸는 악영향도 초래한다고 해요.
실제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메시지나 게시물을 볼 때보다, 알림음을 듣는 순간에 도파민 분비량이 더 많다고 합니다. 스마트 워치는 그 자체로서는 스마트할지 모르겠으나, 결국 나 자신을 덜 스마트하게 바꿔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 달 동안 손목 위의 디지털 디톡스를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달 동안의 디톡스로 변화한 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