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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기록(마지막)

그래서 얼마나 팔렸을까?

by 창빈

꽤 지나버린 마감일


... 마지막 실험기록이 5월 5일.


한 달하고도 며칠이 더 지난 지금. 과정 대신 결과를 남겨둡니다. 전자책은 무사히 완성하였고 6월 2일 월요일에 신청자 전원에게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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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전자책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만들면서 팔아서는 안된다는 점.


특히나 혼자라면 더더욱 절반 이상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품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일일 기록을 마케팅 수단 삼아 홍보하며 판매까지 한다는 일은 무엇이 목적인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딱 좋은 모습이었어요.


홍보도, 상품제작도 결국 판매를 위한 것인데 매일매일 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해야 한다는 마음에 쫓기는 상태에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전자책을 붙잡고 끙끙대는 상태. 모든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끌고 가기에 제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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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셀프 분석을 해보면, 0~1,000명 구간에서 실천했던 방법들을 담은 무료 전자책을 통해 저를 알게 된 유저 중에서도 구매가 일부 일어났던 것 같아요. 이분들은 대개 프로젝트 초기에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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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외에 계시는 초보 작가님께도 제 소식이 닿아 외화로 구매 가능한 창구를 하나 더 열어 총 13부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은 약 33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어요. 5월의 절반이 지난 시점부터는 홍보는커녕 약속한 기한까지 전자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감이 있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하나라도 더 아는 것을 담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메타에서 만든 텍스트 베이스 SNS인 Threads에 틈새 홍보글을 올리며 쉽고 빠르게 퍼지는 홍보를 기획해보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구매를 해 주신 사용자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참, 중간에 상세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아무리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지만, 너무 날것의 뻐대(목차)만 보여주는 상태여서는 잠재 고객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04.jpg 상세페이지에 담았던 내용 일부


전자책은 제목부터 대상을 의식하고 '직장 다니며 1만 만듦'을 강조하였는데, 구매해 주신 13분들은 어떤 상태이실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시간을 아끼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여러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은 다들 같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상세페이지는 미리캔버스로 제작하였고, 길게 상세페이지 사이즈로 저장한 뒤에 노션 페이지에 붙여 홍보용 링크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둔 노션 페이지에 얼마나 접속자수가 늘어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이 접속했는지까지는 추적할 수 없었지만 notionlytics라는 서비스를 사용하여 접속자 현황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스크린샷 2025-06-14 22.56.48.png 오늘(6월 14일) 기준으로 본 데이터라 실효성이 없는 숫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주 차 정도에, 이미 전자책을 구매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어요.


모임에서는 당시에 어디까지 전자책이 완성되었는지와 함께, 인스타툰 연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신청자분들의 고민을 듣고 바로 답변드리면서 유대를 쌓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다들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어요. 그리고 1:1로 계정에 대한 피드백을 그 자리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서, 전자책 사전신청자분들이 접속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카카오톡)을 만들었어요. 이 채팅방은 앞으로도 없애지 않고 유지하며 사용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제가 공지할 내용이 있을 때 알리는 창구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모임은 총 2번 만들었고, 한 번은 모임 내용을 기록하여 다시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미리 참여자 동의를 구했고요.) 아! 그리고 모임이 끝날 즈음에는 미리 준비한 구글 설문지 링크를 공유하고 모임에 대한 소감을 수집했어요. 1:1 계정 피드백이 좋았다는 후기는 설문지를 통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적다면 적고, (홍보효과에 비하면) 많다면 많은 구매자분들을 대상으로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후기를 받아두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후기들에서 힌트를 찾아 다음 여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6월이 절반정도 지났는데, 내일은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 돌아오는 주말 21일과 22일 초저녁에 저와 함께 인스타툰 만드는데 고민되는 점들을 털어놓고 같이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는 모임을 만들 예정이에요. 신청자분들이 잘되셔야 저에게도 좋을 일입니다. 그리고 다음 스텝은 <후기 유도>와 <1:1 컨설팅>입니다.


다대일로 모임을 하는 것보다 나의 고민을 함께 1:1로 고민해 주는 (준) 전문가의 컨설팅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저도 누군가 콘텐츠 제작에 대해 고민하는 포인트를 보다 높은 해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과 동시에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생길 거라 믿습니다. 삶은 꾸준히 도전하는 것.


그리고 그중에서 정말 욕심이 많고 행동할 수 있는 의욕까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분들을 발견하기를 원합니다. 얼마나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제를 내고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챌린지 형태의 인스타툰 제작을 함께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모은 돈으로는 뭘 했을까?


제가 만든 초기 상세페이지(목차와 이 책을 만드는 이유)를 생각보다 많이 읽지 않으셨구나! 나는걸 느낍니다. 어떻게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두드러진 지점입니다.


(세속적이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였던 이 프로젝트는, 스스로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더 높고 가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했습니다. 시작한 후에야 추가된 목적 두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매일 관악산을 오르며, 산속에 사는 고양이들의 끼니와 건강을 챙겨주고 계시는 집사님께 후원할 비용 모으기


2) 광고, 외주로만 돈을 벌어야 한다고 믿는 초보 인스타툰 작가들에게 '다른 방법도 있다'는걸 알리기 위한 작은 실험. 나 스스로에게도 셀프로 기획한 수익화 아이디어가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목적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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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관악산 고양이 집사님께 DM으로 후원이 가능한지 여쭙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평소 언제든 후원이 가능한 창구를 열어두지 않으셨더라고요. (이런 데서 진정성을 느낍니다.)


다행히도 후원이 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관악산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항상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고양이입니다)과 이야기 나누시며 밥을 챙겨주시는 정성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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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신청자분들께는 딱 50%를 잘라 후원하겠다 약속했었지만, 그러기엔 금액이 조악한 숫자가 될 것 같아서 20만 원으로 잘라 집사님께 보냈습니다. 과면 너머로 바라보며 '귀엽다, 애쓰신다' 남의 일처럼 관망하던 타인의 시선에서 1달 동안 혼자 끙끙대며 만들어낸 돈 일부를 보내고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낸 기분이 되었습니다.


혼자 외롭게 지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식구로 맞아 함께 지내고 싶다는 꿈은 아직 멀지만,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노력을 쌓으며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생각하는 과정들이 쌓여 결국 꿈을 이루게 되는 거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아직 까마득하지만 이제야 제대로 한 발을 내디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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