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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Sep 01. 2024

남편 분석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취미는 좋아하는 것이니까.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에 위치한 작은 방, 이곳이 나의 사무실이다. 복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덕분에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도 않아서 좋은 우리집의 내 사무실. 짐이 많지 않은 둘뿐이라서인지 2개뿐인 방 중의 하나를 사무실로 단장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나는 일하며 돈을 벌고,
남편은 집안일을 한다.


아침이 되면 세수하고 곧장 작은방으로 출근한다. 늦은 아침이 차려지면 거실에서 함께 식사하고, 나는 잘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요리와 설거지를 하지 않을 때의 남편은 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빨래를 널거나 개고, 책을 보다가 가끔 졸기도 하고. 요즘은 스레드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알게 되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기도 하다.



가만히 일하다보면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있다. 축구 해설자의 소리, 익숙한 유튜버의 말소리 혹은 요리하는 영상의 기분좋은 소리들. 나는 귀가 꽤 밝은 편이라 예전 룸메이트 언니의 발소리도 곧잘 알아채곤 했었다. 당연히 남편이 거실에서 사부작거리며 무얼 보고, 무얼 하는지도 잘 알게 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고 나도 모르게 더 귀기울이는 건 남편만의 소리다.


재밌는 것을 보고 작게 킥킥대는 소리,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중얼거리며 하는 혼잣말의 소리들.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우리집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소리, 내가 좋아하는 소리들이다.



남편이 킥킥댈 때는 보통 실없는 소리를 하는 유명인들의 영상을 보거나 코미디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편하게 말하고 웃어도 된다고 말해도 늘 눈치보며 작게 웃는 사람인데, 작게 웃는 것이 편하다고 하니 지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가끔 정말 웃긴 영상은 보면서 크게 웃다가 달려와 내게 보여주기도 한다. 슬프게도 내게는 크게 감흥이 없을 때가 많아서 시무룩해할 때가 많지만, 억지로 웃으면 안 웃기면서 웃는다며 투덜대기에 어쩔 수가 없다.



노래소리는 두 가지 종류다. 하나는 어디서 들었다고 하지만 본인이 지어낸 듯한 낮은 음의 흥얼거림이고, 다른 하나는 최신 유행하는 높은 피치의 걸그룹 노래다. 노래는 언제나 기분 좋을 때 나오는 것이기에 둘다 긍정적이지만, 정말 편안하고 기분 좋을 때는 주로 높은 소리의 노래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는 건 아무래도 혼잣말이 많은데. 예전에는 주로 고민이 있을 때 시도때도없이 중얼거리기에 걱정할 때가 많았다. 다행히 요즘에는 외우고 싶은 요리 레시피일 때가 많고, 그렇게 외운 레시피들은 고스란히 맛있는 요리가 되어 돌아온다. 내 남편은 요리를 참 잘한다.



남편은 내가 이런 분석을 할 때마다 어이없어하며 웃는다. 자기 좀 그만 분석하라며, 닳는다며, 못말리겠다는 표정을 짓지만 뭐. 나의 분석 아닌 분석을 남편도 좋아한다는 게, 이 남자를 수년간 분석해 온 나의 결론이다.








남편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라 가장 가까운 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름 감정 폭이 널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독 감정에 예민한 남편이기에 조심하게 된다. 아무래도 일하면서 날카로워질 때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도 있기 때문에. 남편 덕분에 나도 내 감정을 더 들여다보고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 사업을 하기에 나는 주말에도 역시나 일을 했다. 나 스스로 느끼기에는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남편은 요며칠 기분이 계속 좋다. 노래를 몇 번 흥얼거렸는지 셀 수 없을 정도.



이럴 때면 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달랐기에 이 사람이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 걸까, 더 행복하게 살고 싶기에 아마도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간의 일상을 꼼꼼히 돌아보고 생각한 끝에 내린 답은 하나다. 남편을 많이 안아주었다는 것. 예전에도 내가 안아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더 많이 안아주어야겠다. 나의 남편은 여전히 아가인 게 틀림없다 :)




오롯이 나의 노력과 나의 운으로 빚어낸 인연이 배우자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래 매거진에는 온전히 제 스스로 이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볼 예정입니다. 구독해주시면 다음 글을 좀더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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