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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새봄 Mar 22. 2023

봄이라고 꼭 그럴 필요 없지

" 올겨울은 역대급 추위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매년 겨울마다 들려왔던 이야기. 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올해는 역대급 한파가 온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곤 했던 것 같은데. 별생각 없이 들여다보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그냥 틀어놓은 뉴스 영상 속 앵커의 목소리로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쇼핑몰을 떠올리게 되는 건 왜였을까.



'많이 춥다는데, 패딩 하나 장만해야 되나? 도톰한 기모바지 사야 할까?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미끄러지지 않는 부츠를 신어야 하지 않을까?' 머릿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야 할 것들'의 목록은 내려도 내려도 계속되는 쇼핑몰 화면 속 스크롤처럼, 계속된다.



일 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한 계절을 나는 날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매 계절마다 '그 계절에 필요한 물건'을 구비하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할까. 봄에 어울리는 스카프, 가을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트렌치코트, 여름의 원피스와 샌들, 겨울의 패딩과 코트, 그리고 기모가 빵빵하게 들어있는 옷들까지. 하나의 옷장 안을 사계절 제각기 물건들로 채우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너무 많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레터룸


아주 두꺼운 패딩 하나를 입는 것만큼이나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두꺼운 기모가 들어간 옷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봄의 스카프로 겨울의 머플러를 대신해도 괜찮다는 것도. 쏟아지는 신상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정신없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보는 게 의외로 즐겁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을 맞이한다는 핑계로,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던 날들은 이제 안녕. 꽃몽우리들이 터지기 시작한 봄의 시작에 서서, 지나온 겨울의 흔적들을 비우며 인사를 건네본다.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새로 산 실크 스카프가 아닌, 길가에 흐드러진 꽃들을 지긋히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에 감사하며.


꽃이 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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