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끄트머리에 자그맣게 적혀있는 2024라는 숫자. 그리고 가운데에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1이라는 숫자를 몇 번 번갈아봐요. 지금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맥북의 오른쪽 모서리를 확인하니 2023년이 한 시간 남짓 남아있네요.
어쩌면 이 순간은, 이렇게도 익숙해지지 않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젯밤 자정과 오늘 밤 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곧 해가 바뀐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조마조마 해져요.
이미 보신각 근처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겠죠. 곧 자정이 다가오면 3-2-1-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서른세 번의 타종을 하며, 다 함께 2023이라는 무대에서 퇴장하는 동시에 2024의 세계로 입장하게 되죠. 가고 싶다고 미리 갈 수도, 가고 싶지 않다고 혼자만 남아있을 수도 없어요. 좋든 싫든, 우린 이제 올해를 보내주고 새해를 맞이해야 해요.
아쉬움이 큰가요? 아니면, 홀가분한 기분인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라며 약간은 쿨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새로 산 다이어리의 빳빳한 첫 장에 새해 계획을 잔뜩 적어두고, 기세 좋게 맞이하는 1월 1일도 좋지만. 수업 시간을 마치는 종소리에 짐을 챙겨서, 다음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2024년 1월 1일 월요일로 향하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그러고 보니 1월 1일이 월요일이죠?
마치 '트리플세븐'처럼 읽히는 것은 혼자만의 유난일까요? 우리의 2024년이 잭팟일 거라는 복선은 아닐까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웃어도 좋아요- 어차피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존재'니까. 우리의 2024년은 반드시 더 좋아질 거라고 믿을래요. 그렇게 행운이 함께 한 365번의 '오늘'을 새롭게 쌓아간 뒤에, 우리 그때의 예감이 맞았다고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23년의 마지막 인사와 2024년의 첫 번째 '안녕'을 전해요.
올 한 해도 당신으로 존재하느라 애썼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2023년은 충분히 의미 있었죠. 이제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대로, 그 자리에 두기로 해요.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나갈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