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녹음, 3번째 날.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녹음하고 지우고 녹음하고 지우고를 반복했는데,
막상 두 번째 녹음날 확인해 보니 잘못된 게 많았다.
녹음 규칙도 지키지 않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소리 크기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날에도 여전히 나는 첫 번째날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한 줄을 녹음하고 들어보고 다시 녹음하고 들어보고.
역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어쩌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많이 흘려버린 두 번의 녹음 시간.
세 번째 녹음 날이 되었을 때,
(너무 고생스러웠던 탓인지, 덕인지)
비로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과 두 번째 녹음날 합쳐서 4시간을 녹음했는데 세 번째 녹음날 2시간 분량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난 것 같다.
녹음의 퀄리티를 비교해 보았을 때도 큰 차이가 없다.
다른 것은 나의 마음가짐뿐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최고의,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좋은 성과나 성취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책임감 있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때로는 큰 부담감이 되었다.
잘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 부담은 잘할 수 없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되기도 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나의 완벽주의 역시 양면성이 있었다.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원동력과 무엇도 시작할 수 없게 하는 두려움의 모습으로.
녹음을 하면서 나는 나의 완벽하고 싶은 욕구를 다시 발견했다.
이번에는 이 욕구가 일의 진행을 발목 잡는 모양이었다.
나는 단어 하나를 떠올렸다.
대강.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우선 책 녹음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인정하지만 일단 해내고 보자'
'그래야 낭독의 흐름도 생기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생길 거다'
'대강의 마음으로 해보자'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 내게 주어진 녹음 시간에 최선을 다하되
자꾸 뒤로 돌아가기보다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대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