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낭독 녹음.
약 한 달간의 교육 기간이 지나고 이제 드디어 실전 녹음에 들어간 날이다.
녹음실 앞에 앉으니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어떤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
막 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떨림?
입사해 처음으로 승진한 이후 새롭게 맡게 된 미션을 할 때의 두려움과 설렘?
휴대폰을 바꾸고 그 기기와 처음 마주했을 때의 혼란스러움?
분명 지난 시간에 설명을 들었지만 녹음 규칙이나 녹음실의 장비 사용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낭독봉사 담당자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다행히 영상으로 남겨두었기에 보면서 기억을 차츰 더듬었다.
먼저 PC에서 낭독봉사자 드라이브를 열고
개인 봉사 카드를 기록하고
녹음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헤드폰을 쓰고 음량 조절을 마쳤다.
정식으로 마이크에 대고 녹음을 시작했다.
책 제목만 읽고는 바로 목소리를 체크했다.
꽤 익숙해졌으나 여전히 어색한 나의 목소리였다.
책 제목, 그 몇 자를 몇 번이고 다시 녹음하고 있었다.
상냥하지 않은가,
발음이 뭉개지지는 않았나.
첫 번째 녹음날 아마도 3시간을 한 것 같은데
한 줄 한 줄을 얼마나 반복적으로 녹음했는지 몇 페이지 녹음하지 못했다.
한 줄 읽고 확인하고,
다시 녹음하고,
다시 녹음하고,
다시 녹음하고.
분명 더 신중하게 잘하려고 반복하는 것이었지만
'틀리지 말고 읽자'
라는 마음이 강해서였는지 발음만 점점 꼬여갔다.
그뿐 아니라 글에는 흐름이 있고
낭독이란 그 맥락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배웠음에도
나는 단지 한 단어 한 단어를 꼭꼭 씹어 정확히 발음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잘못 알고 있었던 낭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음독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나의 완벽하고 싶은 욕구와 마주했다.
누구보다 완전무결한 오디오북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틀려선 안된다는, 하려면 잘해야 한다는
오래된 완벽에 대한 강박이었다.
그 강박이 매끈한 낭독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두 번째 녹음을 마친 후에야 어렴풋이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