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연 3.
한 달간의 압축적이고 밀도 있었던 우리의 수업이 끝나고 수료식을 맞이했다.
수료증을 받고 녹음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드디어 처음으로 녹음할 책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이니까 너무 길지 않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골랐다.
내 첫 책.
<참상인의 길>
동기 선생님들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많이 준비해 주셨다.
낭독회날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노트를 선물해주시기도 했고,
우리의 기수를 새긴 예쁜 책갈피를 선물해주시기도 했다.
맛있는 케이크를 준비해 주신 분도 계셨다.
어쩌면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꽤 깊이 있는 마음을 나누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런 일이었다.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진짜 대화를 나눈 것은 얼마 안 될지도 모르겠다.
경청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이렇게 친밀함을 키워준다는 것을 새삼 경험한 시간.
그렇게 짧은 기간 가까움을 느낀 동기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또 나는 동기 선생님들을 통해 변화한 나를, 몰랐던 나를 마주하기도 했다.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칭찬을 참 많이 들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동기 선생님들께서는 '잘한다' '예쁘다' '목소리가 참 좋다' 등의 말씀을 해주셨다.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겸손일까? 아니면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
예전에 나는 후자였던 것 같다.
주로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라는 말로 칭찬을 기필코 되돌려 주었다.
칭찬을 반사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었다.
어쩌면 긍정의 마음을 보내준 상대방을 향한 예의 없는 태도였다.
나는 상대방의 고마운 마음을 한사코 거절한 것이다.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회복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나는 자기 돌봄에 집중했다.
나라는 사람은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만큼 잘한 부분도 있는 그저 평범한 인간임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잘난 부분까지 기어이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하며 그것을 겸손의 미덕인 양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동기 선생님들의 칭찬을 '팅' 튕겨내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아니에요" 대신 "감사합니다"라는 수용의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수료식을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불면의 시대에 유행하고 있는 책 낭독 유튜브 이야기.
낭독가로서 한 발을 내디딘 동기 선생님들 중 한 분이 그 시도를 해볼 거라는 이야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동기 선생님께서는 내게 유튜브를 권했다.
목소리가 참 편안하고 따뜻하니 딱일 거라고.
꼭 한번 해보라고.
나는 몰랐던 나를 만났다.
내 목소리가 텐션이 떨어지고 지루한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차분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매력으로 들을 수 있겠구나.
내 목소리는 나라는 사람과 조화로웠구나.
밝고 사교성 있고 텐션 높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했던 나.
'솔'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
나는 동기 선생님들과 만나며 그 이전의 나와 잘 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