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책, 녹음 완료

낭독 녹음, 8번째 날.

대강의 마음으로 녹음을 하기 시작하자

나는 꽤 비슷한 템포로 녹음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침내 8번째 녹음 날, 나의 첫 번째 책 녹음을 마쳤다.



처음 녹음하는 책이라 분량이 너무 많지 않으면서도

흥미가 있는 책으로 고심해서 선택했었다.

약 12시간이 소요되었다.



그중 약 25% 정도의 시간은 도돌이표의 시간이었다.

막상 진도는 거의 나가지 못한 채 다시, 다시, 다시를 외치던 시간.

낭독을 배웠던 노트를 뒤적이며 더 빠른 녹음법을 되새기던 시간.



시작한 일을 완수하는 경험은 값지다.

그 끝을 경험한 사람만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첫 책 녹음은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그것을 행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왠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잘 해낼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노하우에 집착하게 되는 때가 있다.

어쩐지 그 방법론을 알아야만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내겐 평생의 숙제 같은 영어가 그렇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도 방법론에 천착한다.

실은 그것은 영어 공부가 다시금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에 기인한 것이다.

명백히 시작하기 싫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미 수십 년 영어 공부법을 접해 왔다.

내가 시도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한 수많은 방법론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작하기 전 또다시 나는 노하우로 돌아간다.



분명 어떤 완벽한 방법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사실 내게 필요한 것은 일단 영어 공부에 내딛는 한 걸음이다.

내게는 이미 수많은 영어 input 자료들이 넘쳐난다.

그것을 어떤 output으로 만들며 연습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다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시작이 여전히 두렵고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녹음을 시작할 때,

나는 녹음을 위해 한 발을 떼기 위한 최소한의, 하지만 이미 충분한 방법론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시간을 허비한 것은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완벽하겠다는 강박.

더 좋은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집착.



결국 내가 녹음을 끝내 해내게 한 것은 잘 해내겠다는 굳은 결심이나

최고의 방법론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한 시간 한 시간 복지관에 방문해 대강 그 일을 꾸준히 해낸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