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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쟁의기술 Feb 11. 2021

일론 머스크는 누구를 화성에 데려갈까?

영화 '승리호'가 던진 인류의 숙제

*넷플릭스 '승리호'의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일론 머스크를 판단하거나 비판하고자 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넷플릭스 '승리호'가 연일 화제다. 2월 10일 자 기사를 통해 넷플릭스에서 26개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할리우드 출신이었는데, 한국인들이 영웅으로 그려진 우주 영화라니, 실로 K-Culture의 위상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승리호'를 보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떠올랐다. 파괴된 지구 vs 새로운 인류의 터전이 된 화성을 배경으로 한 승리호. 파괴된 지구 vs 새로운 인류의 터전이 된 설국열차. 시대적 배경과 설정은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파괴된 지구로부터의 도피처를 배경으로 인간의 계급사회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설국이 돼버린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설국열차에 올라탄 인류의 모습을 그린 설국열차


파괴된 지구로부터 인류의 새로운 도피처로 화성을 그려낸 승리호


현실화되어가는 인류의 '화성 이주'


일론 머스크가 처음 Space X를 창업한 2002년 당시만 해도, '화성'이란 곳에서 인간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론 머스크를 괴짜 사업가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2011년 머스크가 인터뷰에서 '10~20년 사이에 화성 표면으로 인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대답했을 때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Space X의 가시적인 성과와 테슬라의 흑자 전환으로 증명한 일론 머스크의 사업능력은 '인류가 어쩌면 정말 화성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불어 불어닥친 코로나 펜데믹은 '인류로 인해 지구가 정말 위험해질 수 도 있겠다'라는 불안감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지난 20년 5월,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누군가는 선택되어야 한다.


영화 '승리호'는 인류에게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면, 누가 선택되어야 하는가?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에게는 공상일 수 있지만, '화성 이주'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게는 현실적인 고민이 아닐까. 만약 실제로 지구에 어떤 재앙이 발생하여 화성으로의 인류 이주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면, 누가 먼저 생존의 선택을 받아야 할까? 누가 마지막까지 지구에 남아있어야 할까?


승리호에서 화성 이주를 선택받은 사람들, 설국열차에서 1등석에 배정받은 사람들 모두 그곳을 설계한 사람들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소위 '평등'한 사회에서, 인류의 최상위 계층에 위치한 소위 '부자'들이, 소위 '상위계급'의 공간을 배정받는 설정에 우리는 불편한 공감을 느낀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상위계급의 몰락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일론 머스크, 당신의 선택은?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유명한 저서 <사피엔스>에서 자본주의를 '인류의 재앙'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하였고, 최근 백 년 동안 인류는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드는 계급사회가 가진 모순을. 때문에 사람들은 '설국열차', '기생충', '승리호'에 열광하며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SpaceX, Tesla 창업자 Elon Musk


일론 머스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있어 현실화되고 있는 인류의 화성 이주 앞에서 그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을까? 정말로 지구에게 위기가 닥치는 그 순간,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SpaceX 프로젝트에게 인류가 타협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에게도 인류에게도, 공상이 아닌 현실이 돼버린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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