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쟁의기술 Feb 20. 2021

독서도 음악감상처럼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하는 코스가 있다. 차를 몰고 근처 호숫가 산책코스를 반 바퀴 정도 걷고 난 후, 서점에 간다.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오상진/김소영 아나운서 부부가 운영하는 '당인리 책발전소'가 그곳이다. 교보문고는 이성적인 독서가 필요할 때, 당인리 책 발전소는 좀 더 감성적인 독서가 하고 싶을 때 방문을 한다.


광교에 위치한 당인리 책발전소 내부. 지독히도 사진을 못찍는다. 감성있는 카페인데 ㅠ


오늘은 감성에 젖어들고 싶어서 당인리 책 발전소에 방문했다. 겨울 치고는 유난히 따사로운 이색적인 날씨 탓에, 오늘은 좀 더 봄내음 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까닭이었다.


나는 표지에 이끌리면 일단 책을 집어 드는 편이다. 책과의 우연한 만남은 마치 세렌디피티에 대한 막연한 환상처럼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이 책에 끌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러분처럼 나 또한 책을 좋아하고 항상 가까이하려는 사람이지만, 에세이나 소설류는 최근 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심한 책 표지 디자인이 무언가 나에게 도전의식 같은 것을 불러일으킨 듯한데, 작가 소개란을 보고 나는 사뭇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서점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가지고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을 한다.


막연하게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다. 책처럼 이토록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 인생이 뭔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거나 헤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마다, 책을 집어 들어 실마리를 찾아가며 살아왔따. 그런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향유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책방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지고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니....


작가 하바 요시타카는 아오야마 북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북 디렉터이자 BACH(바흐)라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서점과 다른 업종을 연결하거나 병원, 백화점, 카페, 기업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장 만드는 일은 한다고 기술되어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채로운 사업과 직업군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 않다. 음악 감상이 취미인 것처럼. 하지만 지식을 위한 독서, 교양을 위한 음악은 이제 멈추어도 되는 시대가 아닐까. 외부 기억장치로는 발견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체험을 주는 독서와 음악 감상의 기회. 이런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만 나뒹구는 세계가 되어버린다.

-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하바 요시타카

 

정말로 그러하다. 독서는 음악 감상과도 같다. 책을 읽을 때 마치 음악 감상을 할 때와 같은 희열을 몇 번이고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무릎을 탁 치며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한 구절에 꽂혀 끝없는 생각과 상상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음간을 오가며 한 음 한 음, 한 구절 한 구절의 가사에 감성을 세밀하게 녹여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가끔은 울음이 터져버리기도 한다. 경쾌로운 선율에 자유로움을 담은 재즈 음악은 햇살 가득한 어느 주말의 오후를 아름다운 파스텔톤 순간으로 추억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은 나는 자기 계발서와 경영, 경제책을 강박적으로 읽는 ‘책 편식증' 환자?이다. 지식 강박 혹은 성장 강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책들은 나의 뇌를 극도로 자극하며 사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나치게 감수성이 높은 나의 성향에 균형을 찾아주기도 한다.


오늘자 서점에서 집어든 책. 책 따위.. 외에는 경영, 인문 관련 도서다


그러나 가끔은 근본적이고 철학적 사색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이 본질적으로 삶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생존 근육'을 발달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작가 하바 요시타카의 글귀는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낄 것. 그 감촉을 기념사진처럼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에 스며들게 할 것. 좋은 음악을 들으면 밥맛이 난다. 좋은 책을 읽으면 잠이 달다. 이런 생활이 가장 큰 행복으로 여겨지는데 여러분은 어떠신지?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책은 첫 장만 읽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시대 지성인을 대표하는 이어령 교수님도 대충 읽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책은 다 읽지도 않는다고도 하셨다.

오늘 나는 완독의 대한 압박감은 잠시 내려놓고 끌리는 글귀마다 생각을 펼쳐나가는 '딴짓 독서법'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보련다. 나의 음악 감상식 독서를 독려해준 이 책에게 감사하며.


(결국 나는 실용서적을 구매했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설국열차와 클럽하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