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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Feb 09. 2016

삼국지의 잉여들

삼국지의 잉여들


난세 신드롬과 잉여들.

어릴 때부터 연의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삼국지 관련 책을 봤지만 사실 이 원고를 쓸 때 약간 망설였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우려낸 사골 컨텐츠 답게 삼국지를 기반으로 엮어낸 여러 창작물들의 대한 이야기가 자칭삼국지 전문가들에 의해 콜로세움으로 변하는 걸 보아 왔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S대 수석도 삼국지를 읽게 만든(난 당최 수능을 잘 보는 비법과 삼국지의 연관 관계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국내유명 작가의 장난질로 연의 VS 정사의 떡밥이나 분쟁이 오가는 걸 보면서 그런 쓸데없는 혼란을 만들지않기 위해 아예 딱 한 가지 기준을 잡고 삼국지 얘기를 쓰려고 했다.

하여 이 글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삼국지 연의’ 의 캐릭터 설정을 기준으로 적었음을 미리 말해둔다. 그러니까 “실제 정사에서는 엄청난 인재였다. 집에서 편하게 죽었다. 등의 딴지는 사양한다.

난세는 인물을 낳는다- 라고 했던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대공위시대를 비롯한 통일 전까지의 독일 등 실제 역사를 봐도 수많은 인재들이 활약했던때는 대부분 나라별 분쟁이 끊이지 않던 때였다. 삼국시대 역시 표면적으로는 ‘위. 오. 촉’ 삼국의 대립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군벌들이 난립해 전쟁을 일삼던 때였고 수많은 인재들이 역사에 그 이름을한 번 남겨보고자 큰 뜻을 품고 난세의 잉여로 남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난세는 아기도 춤추…아니큰 뜻을 품게 만든다> -출처: 구글 어딘가-


하지만 인재가 난립하는 난세라 하더라도 모두가 주연이 될 수는 없는 법.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비나 조조, 손권, 제갈량, 조운, 관우, 장비, 간손미 등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연의의 대부분의 분량을차지할 때 조연도 아닌 단역- 아니 그냥 말단 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위치에서 주연놀음의 희생양이 되는것 외엔 쓸모가 없던 그 시대의 잉여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오관참육장(, 변희, 왕식, 진기)

막무가내 무허가 망명을 저지하다 희생된 여섯 명의 열사


조조에게 서주성이 탈탈 털린 뒤 유비는 원소에게 줄행랑을 치고 하비성을 지키던 관우는 장료의 말빨에넘어가 잠시 조조 진영에 가담해 백마 전투에서 안량과 문추를 참살하는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그것도잠시, 유비의 생존을 알게 된 관우는 조조의 극진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유비를 향한 천리행에 오른다. 그리고 그런 관우를 막으려는 여섯명의 장수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관우를 막는 건 당연한 임무였다. 한창 원소랑 대치중인데 다른 곳도 아닌 원소의 진영으로, 그것도 통행증도 없이 가겠다는 관우가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것이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삼국지에 나오는 진기. ‘쿨가이 관우’라는 짤방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 개의 관문을 돌파하는 동안 관우의 태도는 거의 이런 식 이었고 저지하려는 여섯 명의 장수는 계책이모자라서, 내부 고발자가 있어서, 아니면 진기처럼 그저 열받아서 참살을 당해야만 했다. 더욱 안습 이었던 건 여섯 명의 희생이 무색하게 조조는 장료까지 보내관우의 가는 길을 돌보게 해주었다는 거다. 이후 관우는 알려지다시피 신으로 추앙 받을 만큼 대활약을펼치고 여섯 장수는 조조가 남은 처자식 곡기나 끊기지 않게 돌봐줬는지 모를 일이다.

여담이지만 후일 관우가 손권에 의해 목이 잘리고 원혼이 되어 진국사라는 절에서 진상을 피우자주지 이자오관 참장 중 하나인 변희의 뒤통수를 날렸던 보정이라는 스님이 “공이 목을 돌려달라고 하면 저 오관의장수는 누구에게 목을 돌려달라고 해야 합니까?” 라고 쿠사리를 먹인 일이 있었다. 


무명이장(공기, 배경)

“이름부터 글러먹었다” –엔하위키-


공기(龔起)는 촉의 장수다. 비록계급이 높진 않았지만 친구 사웅과 더불어 제갈량의 북벌에 참여했다. 그리고 첫 북벌에서 공을 세워 보겠다는큰 뜻을 품은 채 사웅과 더불어 위의 장수인 왕쌍에게 썰리고 만다. 삼국지연의에만 나오는 가공의 인물로써왕쌍의 전투력 측정기. 엔하위키의 말마따나 이름부터 글러먹었다.


배경(裵景)은 위의 장수다. 이름부터 글러먹은 장수들의 귀소 본능인지 배경 역시 위치상으로는 ‘북벌’ 이라 할 수 있는 사마의의 공손연 토벌전에 종군한다. 그래도 공기보단나은 좌도독 이라는 높은 직책에 있었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진지를 옮길 것을 권했다가 노발대발한 사마의에게 태클만 받고 순순히 물러나는 예스맨의행동을 보여 준다. 그 후엔 이름이 어울리는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전투에서의 등장도 누군가의 입에서 언급이된 적도 없다.


호부견자(악침, 장호)

잘난 아버지(악진, 장료)를 둔 2세들의비애


사실 이들을 잉여라고 하기엔 뭔가 좀 애매하다.

어쨌거나 그 눈 높은 사마의에게 중용되어 북벌에 끊임없이종군했으며 그 와중에 나름대로 공훈을 세우진 않았네. 늬들도 그냥 잉여 확정이다.

한 성을 수비하면서도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들과 달리장호와 악침은 세트를 이루어 전장을 누빈다. 문제는 이 콤비가 등장하는 순간 = 패배 플래그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인데 나왔다 하면 지고 나중에는 제갈량으로부터 이마에 먹물로 “어리석은 놈” 이라는 훈장까지 받는다. 왠만한 장수들은 잡히면 포로교환권 용도로 사용되거나 권유, 또는참살을 하는데 이 둘을 저런 식으로 조롱하고 돌려보낸 거 보면 우리 편 장수로 쓸만하지도 않고 적장이라고 해도 별 위협도 안되는(또는 고마운) 잉여 취급을 단단히 받은 셈이다.

그리고 둘의 존재감은 북벌전 이후 (잉여들이 으레 그렇듯) 눈 녹듯 사라진다.

아, 악침은양주자사라는 나름 고위직 공무원 생활 중 제갈탄의 반란에 의해 사망한다.

 

인신공양의 희생자들(채화, 담웅, 미방, 부사인, 범강, 장달)

대의와 야망을 품고 난세에 등장해 제육볶음이 된 비운의장수들


인신공양은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순장도 인신공양이라 할 수 있는데 인권 따위는 진작에 왕권과 등가 교환한 고대에는 일종의트렌드라 전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포스로 유명한 대륙 역시 이런 일이비일비재 했는데 특히 중국의 사실상 첫 왕조라 할 수 있는 은나라 에선 인신공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비교적 최근인 청나라 때까지 순장 등의 풍습이이어졌다고 한다.

기원전을 벗어난 지 얼마 안된 삼국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특히 위의 여섯 장수는 일개 병사가 아닌 장수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물로 바쳐진 케이스다. 물론 그이유야 있지만 정든 고향 땅을 떠나와 전장을 누비며 대장군이 될 그 날을 꿈꾸던 이들의 최후라 하기엔 그저 눈물만 날 뿐이다.


채화는 본래 시쳇말로 ‘끗발 날리는’ 가문 출신이었다.

그가 속한 채 씨 일족은 형주 제1의 가문으로 유표의 부인이 채 씨,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장수도채 씨인 채모 였다. 형주가 번성할 땐 땅콩을 밝히던 모 재벌 자제분 마냥 떵떵거리고 (아마도) 양아치처럼 살았을 그들의 운명은 형주가 조조의 손아귀로넘어간 이후 뒤바뀌게 된다.

잠시 연의에 나온 채 씨 들의 마지막을 정리하자면,

채 부인은 아들인 유종이 쫓겨나다시피 해서 청주자사로부임할 때 동행하다 조조가 보낸 우금에 의해 살해되고 채모는 적벽대전 중 주유의 훼이크에 걸린 조조에 의해 참형,채훈은 적벽대전 이전의 소규모 서전에서 오의 감녕의 화살에 맞아 사망. 채중은 조조의 스파이노릇을 하다가 이미 간파된 줄도 모르고 신나게 엑스맨 짓을 하다 이용가치가 없어진 뒤 감녕에게 참살.

그리고 여기서 집중적으로 다룰 이 채화 역시 채중과함께 위나라의 엑스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 죽는데 감녕의 영구 지침 노릇을 위해 위 진영에 침투한 채중과 달리 채화는 오의 진영에 남아 있다가주유에 의해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제사에 제물로 쓰인다...

아군엔 막심한 피해를,적군엔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줬지만 이마저 인정받지 못한 채 고작 제사의 제물 따위로 쓰인 거보면 이 사람의 능력도 어지간히 쓸 데가없긴 했나 보다.

혹시나 오나라에서 풀어주고 “위와 오 중 어디로 가겠느냐?” 라고 물었으면

“제 3군주!” 라고 대답 했으려나.


담웅은 오의 장수로 유비의 관우 복수전에 출전했다가관우의 아들인 관흥의 말을 죽인 죄로 포로가 된 뒤 목이 잘리는데 그 목은 다름아닌 죽은 말의 제사를 지내는 데 공물로 바쳐진다…


미방과 부사인은 형주의 후방을 지키고 있다 전방에서열심히 전투 중인 관우의 뒤통수를 치며 오에 항복한다. 이후 복수를 위해 오에 쳐들어온 유비의 기세가등등하자 여기에 겁을 먹는다. 그러고 하는 짓이 관우를 사로 잡은 마충 이라는 장수의 목을 베어 유비에게항복을 한 것이었는데 이런 인간들의 말로가 다 그렇듯 둘 다 관우의 영전에 바치는 제물이 된다.

그것도 복수로 눈이 뒤집힌 유비와 관흥에 의해 살을한 점 한 점 도려내었다- 라고 책에 묘사가 되어있으니 이들이 얼마나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 수있다. 거기다 미방은 유비의 서주 시절 때부터 종군해 온 나름의 공신 중 하나인데 반란도 아닌 항복한 번으로 그 꼴이 된 걸 보면 채화 이상으로 최후가 심히 안습하다.


범강과 장달 역시 배반의 경로와 최후가 미방 부사인세트와 비슷하다. 상사(장비)의 부당한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죄로 걸레짝이 되도록 두들겨 맞은 이들의 눈이 돌아간 것은 당연했고 결국장비의 목을 잘라 (하필이면) 오나라로 도주. 여기 까진 좋았으나 역시 유비의 복수전에 잔뜩 겁 먹은 옹졸한 손권에 의해 화친의 선물로 되돌려진다.

그래도 오에 도망온 뒤 얼마간은 그들의 능력을 시험할기회가 있었을 건데 일말의 여지 없이 돌려보내진 걸 보면 그들도 어지간히 잉여로웠나 보다.

그 후엔 역시나- 장비의아들인 장포에 의해 살갖이 한 점 한 점 적출되어 장비의 영전에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


백하팔인(마막, 손호, 유선, 양송, 한현, 하후무, 잠혼, 황호)

전통과 권위의 모 게임사가 공식 선정한 잉여의 甲


백하팔인이라 함은 삼국지 시리즈 중 삼국지 11에서의 능력치를기준으로 통솔, 무력, 지력, 정치력, 매력을 모두 합친 스텟이100을 넘지 못하는 8명의 무장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엔하위키 에서 발췌-    


<백하팔인 중에서도필두를 달리는 4명의 현자. 일명 F4> -출처: 이말년 씨리즈-


백하팔인은 삼국지 연의가 아닌 게임에서잉여로 취급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 능력치 라는 것도 어차피 작중 활약을 토대로 작성되는 것이니, 그냥 실제로도 잉여라 할 수 있겠다.


마막은 촉의 장수다. 촉군의 통솔권을 책임진 강유는 자기의 이름과 비슷한 중요 관문인 강유관을그에게 맡긴다. 강유가 강유관을 중요시하게 여긴 건 스탈린이 스탈린그라드를 그렇게 생각한 것 이상이었겠지만스탈린그라드를 수비한 건 맹장인 추이코프 였고 강유관은 이름부터 막장 냄새를 슬슬 풍겨대는 마막 이라는 것이 두 나라의 결정적 차이였다.

마막은 하라는 훈련도 대충 하고 술이나 먹다가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정도였다.

이후 산악인 등애가 쳐들어 왔을 때 곧바로 항복하는 막장의 끝을 보여준다. 강유가 대체 뭘믿고 이런 인간을 중요 관문 수비에 맡겼는지 모를 일. 이후 마막은 등애의 촉 정벌군의 훌륭한 네비게이션이된다.

손호는 손권 이후 망해가던 오의 마지막 황제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으며 권좌에 올랐지만 하는짓이라고는 21세기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한 것만큼이나 쓰잘데기 없는 토목공사와 주색잡기, 그리고 신하 사냥이었다. 이런 황제가 있는 나라가 오래갈 리 없어결국 진에 의해 오는 멸망. 이 인간의 이후의 행보가 꽤나 재밌는데 사마염의 심복인 가충이 손호가 신하의얼굴로 가죽 공예를 한 것을 비꼬았을 때 “남의 신하가 되어 그 임금을 해치려는 자는 그 같이 벌해야한다” 라고 쏘아주거나 사마염의 술상무가 되어 노래 한 곡 좀 뽑아달라는 요구에 응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꽤나 인상적인데,

옛날에는 너와이웃이었지만지금은 너의신하다. 너에게한잔을올리니, 너는만수무강하라." 

대놓고 황제에게 ‘너’라고표현한것이니멸문지화까지당할수있는일이었지만사마염은그냥넘어갔대나뭐래나- 아무튼잔머리하나는안습인게임의능력치와는다르게애드립하나는군주의자질을갖추었었나보다.

유선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망국의 군주.멍청함의아이콘.

“허허허~이렇게 즐거우니촉이그립지않습니다~” 라는애드립으로유명하다.

황호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 정도로 간신의 대명사. 촉멸망에 큰 공훈을 세움으로써 비공식적이나마 진의 삼국통일훈장이 추서 되었다는 카더라가 있다.

사마소에게 찢겨 죽임을 당하는데 거열형을 내렸다면 두번 죽이는 셈이 되었을 듯.

잠혼은 촉의 황호, 오의 잠혼 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황혼 콤비로써악명을 날린 간신이다. 황호와 마찬가지로 오의 멸망에 큰 기여를 했으며 최후는 약간 다른데 오의 중신들에게맞아 죽었다는 얘기도 있고 성난 백성들에 의해 죽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담이지만 잠혼은 연의에선 환관으로 나오지만 정사에서는그런 언급이 없다. 나라를 멸망시킨 죄로 나관중이 그를 고자로 만든 모양. 아니 나관중 양반…그게 무슨 소리요…!!

한현은 장사의 태수다. 유비가 정복한 장사 4군 중 두 군의 태수인 영릉의 유도와 계양의 조범이 항복 후 다시 태수가 되었지만 한현은 황충 빨만 믿고 버티다가위연 에게 죽는다. 줄을 잘 탄 건지 가문이 좋은 건지 어찌됐든 태수까지 됐지만 별 다른 활약 없이부하에게 죽은 인물.

하후무는 하후돈의 아들이라 호부견자 리스트에 넣을까 하다가 “육도삼략에통달한” 능력이 인정되어 백하팔인 리스트에 포함시켰다.(백하팔인이라고 해놓고 7명만 넣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고) 활약상은삼국지를 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조정의 원로인 왕낭을 버르장머리 없게 무례한 말로 데꿀멍 시킨 후 출전. 제갈양의훌륭한 양식이 된다. 

강유가 촉으로 항복하는데 큰 공을 세운 뒤 이민족의땅으로 도망. 이후 그의 소식을 들은 자가 하나도 없었다 한다.

양송은 장로의 부하다. 일찍이 제테크에 밝아 방덕과 현물의 트레이드, 마초와 금은보화 트레이드 등을 성사 시켰으며 조조와 한중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키고 이후 공을 인정 받아 참수당한다…


전투력 측정기, 또는 잡몹(유섭, , 방열, 포충, 하후걸, 안명, 순우도, 모용렬, 한덕 4부자 등등등)

재배맨 조차 될 수 없었던 렙업용 장수들


여포, 관우, 장비, 조운. 우리가흔히 삼국지의 최강자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무장들이다. 게임에서 이들의 무력은 기본 90이 넘어가고 아이템 장착에 따라 100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들이 무쌍을 찍고 그 인기를 기반으로 수많은 삼국지 관련 2차컨텐츠의 주. 조연으로 등장할 동안 그들에 의해 전장에서 죽어나가고 간혹 삼국지 게임 같은 곳에 등장해도백하팔인과 그닥 차이도 없는 능력치를 받는 장수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들이 레드 와인의 존재를 알았다면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을까?> -출처: 세계일보


사수관의 화웅에게 썰린 유섭, 반봉, 포충. 호로관에서여포에게 당한 방열, 목순, 무안국.

제갈량 등장 후 촉과 위의 싸움터 에서 관우나 장비, 조운에게 참살 당한 안명, 종진,종신, 순우도, 모용렬, 하후걸, 청공검 셔틀 하후은, 하루아침에 일가가 작살난 한덕4부자 등등 이 마치 배틀크루져 앞의 저글링 마냥 쓸려나갔다. 영웅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그들을 잠시나마 기린다.

(어차피 월간 잉여가 아니면 이런장수들 생각해 주는 곳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천지를 먹다2 장면. 여기서 안명은 무려 보스로 등장한다. 찌르고 있는 건 조운. 안명 외에 하후걸, 순우도 역시 보스로 나온다>

-출처: 필자가 직접 게임을 하면서 캡쳐함.


동오의 덕왕(엄백호)

난세에 덕을 위한 나라를 세우려다 쓰러진 강동의 하얀호랑이

엄백호는 오군에 자리잡은호족으로 엄여와의 형제간의 우애를 자랑하고 이웃한 회계의 태수이자 후일 위의 대신이 되는 왕랑과도 친분을 쌓았다.

‘동오의 덕왕’ 이라 칭하며 오군을비롯한 천하를 덕업일치의 국가로 탈바꿈하려는 큰 뜻을 품었던 것 같지만 옥새를 담보로 병사를 대출해 온 20대의풋사과에게 여지없이 박살나 버린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엄백호는난세에 널리고 널린 지방의 세력자 정도로 보이지만 특별히 삼국지의 잉여 리스트에 넣은 건 이미 전설이 된 엄백호의 일생 같은 짤방 때문이었다.


<쓸만한 부하라고는 태사자 밖에 없을 공융에게도 퇴짜를 맞는다.>

엄백호의 잉여로서의 활약(?)은 위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엄백호의 일생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나 사람에겐 도움이 안되고 임관을 할라치면 위의 공융 처럼 문전에서 바로 박대를 당한다. 그야말로 잉여 중에 상잉여인 셈.

씁쓸하게 최후를 맞이한그가 남긴 건 후대에 귀감이 될 동오의 덕왕 이라는 칭호 하나 뿐이었다.


글을 마치며-

삼국지의 잉여 라는 제목으로글을 적었지만 사실 위에 언급된 인물 중 제대로 잉여취급을 받은 인물은 극히 드물다. 일단 장수든 문관이든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금수저를 쥐지 않는 이상 본인의 노력에 의해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결국특정 몇몇 영웅들을 띄우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다는 건데 큰 뜻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어떤 이상을 품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을 이들을 잉여 취급하기에앞서 재조명 하기 위해 이 글을 써봤다. 주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묵묵히 배경이 되는 엑스트라가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연이 아니었겠나. 


* 본 원고는 고품격 독립 잡지 '월간 잉여 18호' 에 기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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