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 자 돌림으로 시작했던 소재가 드디어 고갈되었다(이건 나름 신나기도 한 일이다)
5분 안에 10회차에 이르는 주제를 정하자니 이럴 수 밖에 없다.
내 글쓰기는 항상 준비가 안되어있다. 그저 나오는대로 쓰니까 말이다. 예전에 참여했던 글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주제를 미리 하나 정하고 당일날 주제에 맞게 자유형식으로 글을 쓰는 모임이었다.
원래 룰이 그런건 줄 알았는데 모임을 만든 분께서 "주제에 대한 글감을 미리 생각을 안하고 오는 듯 하다."라는 얘길 듣고서야- 아, 원래 준비해 왔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어찌됐든 글을 못 쓴 적은 없었다.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고 쓴 글쓰기가 익숙했기 때문이랄까. 가끔은 쓰다가 그 리듬에 팔려 사후 15분 정도는 기억될 명문을 남기곤 했었다.
참고로 당시 모임은 모든 글을 수기로 썼었다. 지금도 뭘 많이 쓰는 편인데 그 때는 더했다. A4용지 2장은 기본이었고 글씨체는 팔이 아파서였는지 갈수록 망가졌다. 그래도 리듬을 타니 막 나오는 걸 어찌할까. 경기가 잘 풀리니 본인 체력 갈리는 것도 모르고 하드워크를 하던 능남전의 정대만이 생각난다.
이번 주 주제는 "소재가 다 떨어졌을 때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이다.
위에도 얘기한 것처럼 소재 고갈에는 익숙하다. 내가 매일쓰(려고 노력하)는 일기도 원래 주제없이 쓰는 글이다. 막글이라는 게 이래서 참 좋다. 글은 얽매이면 얽매일수록 나의 페이스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듯 하다.
매체의 정서를 너무 의식해서 썼던 몇 가지 원고가 그랬다. 어떤 글들은 불특정 다수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칼럼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그래서 이런 모임의 자유로운 글쓰기는 나오는대로 쓰면 되는거라 크게 어렵지 않다. 지금도 일이 없는 동안 잠시 짬을 내는 거니까.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다시 특정 주제를 갖고 글을 써야한다. 최소 4주 동안 그래야 한다.
그런데 내가 언제 주제가 있다고 주제에 맞춰 글을 쓴 적이 있었나?
아무튼 오늘도 탈곡을 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