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거시기 Apr 23. 2022

대하에세이 '탈곡' Chapter.9 - 탈모를 저주한

이 글은 월요일까지 마감인 지원사업서를 다 완성하고 난 뒤 쓰고 있다.

지금 시간은 4월 23일이고 시간은 오후 7시 18분이다.

월요일 마감인 서류를 미리 끝낸 건 내일부터 해야 될 문서 노가다가 있기 때문이다.

저번에 실행한 교육에 대해 결과보고서를 써야하는데, 이게 책자로 엮어야 하는지라...100페이지가 넘어가서

최소 다음 주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는 계속 이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야 할 듯 하다.

암튼,


그래도 꽤 오래 묵혀왔던 지원사업 신청서를 하나 탈고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선정 여부야 어쨌든간에 최근 2주 가까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것이 끝나고 말았으니 오늘은 꼭 퇴근 후 위스키를 한 잔 마셔야겠다.


머릿속만 복잡한 건 아니었을거다. 분명히 머리 외곽, 그러니까 머리카락들도 꽤 빠졌을게다.

이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따로 없다. 원래 스트레스 관계 없이 머리는 꾸준히 빠지고 있었다.

어떤 샴푸를 쓰던, 효모를 쓰던간에 머리는 꾸준히 빠져왔다.


흔히 '원형 탈모'라고 하는 대머리 독수리화가 된 게 몇 년 전부터인지 모르겠다.

원래부터 모발이 약하기는 했지만 탈모같은 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전 인류의 천적을 나라고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가끔 미용실에 가서 "머리에 둥지가 텄죠?헤헤"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면 미용실 대표님(보통 어머니 연세의 어머님들)은 그냥 쌍가마라서 그런 것, 이라는 기분 좋은 답변을 주곤 하셨다.

그 말씀이 맞을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실은 윗 부분이 휑한거니, 쌍가마고 나발이고 탈모가 맞긴 맞다.


지금은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편이다. 통영에 온 뒤로 헤어스타일에 대한 신경도 끄고 살았고 머리도 대충 비누로 감았다. 약을 권하는 이들도 있지만 약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이들도 있기에 나는 후자의 두려움을 택했다.


올해 내 나이가 39살이니까- 마흔되면 탈모가 더 가속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때 되면 스트레스를 좀 덜 받고 드는 나이만큼 화의 속도도 늦추어질테니 탈모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몇 주 전에 이 주제를 정했을 땐 쓸 말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쓰고 보니 또 아니네. 확실히 요즘 탈모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진 것 같고, 무엇보다 빨리 퇴근하고 위스키 마시러 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탈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을까에 대한 별 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