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리고부터 느낀 프라하는 너무나 안전한 곳이었다. 어딜 가나 물품 수색을 하고 경찰이 지키고 있던 러시아와는 달리, 입국심사부터 유유자적하게 빠져나오는 것도 그렇고, 거진 10일 동안 볼 수 없었던 한글이 공항 안내판에 걸려있는가 하면, 심카드 구입 책자도 한국어 판이 따로 있는 등 낯선 곳에서 어색하지만 안도감이 들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어 있는 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하니 광장 가운데에는 밝은 조명으로 장식된 트리와 크리스마스 마켓이 나를 환영해주었고, 꽤 늦은 저녁이었지만, 광장에는 음악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화 속 낭만의 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더 즐기고 싶었지만, 이 무거운 가방을 하루빨리 풀고 싶다는 생각에 광장 근처 호스텔에서 자리를 잡고, 오늘 있었던 어처구니없고 용감했던 기억들을 추억으로 정리하면서 첫 날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프라하에선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어서, 막상 날이 밝으면 뭘 할지 고민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나가면 뭔가 있겠지 하면서 캠코더와 핸드폰만 들고나갈 채비를 했다. 호스텔 출구를 밀고 나오니, 내가 지금 온 곳이 현실세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아름다운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거리와 양 옆에 세워진 건물들이 너무나 매력 있게 이어져있었고, 거리의 가운데는 영화로만 봤던 트램이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다. 내 눈이 아직 아름다운 광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럴 새 없이 프라하의 아름다움은 아까울 것 없다는 듯이 내 맘속에 꽉꽉 채워 주었다.
그렇게 GPS도 켜지 않고 좋아 보이는 곳을 따라 걸어가면서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냈다. 사진 속에 담긴 프라하의 모습이 하도 예뻐서 '쓰레기를 찍어도 이쁘겠다'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했을 때,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더니 금방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비를 피해 들어온 서점에는 프라하의 아름다운 사진엽서와, 클래식 악보집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구입했다. 그리고 옆 건물 카페에 창가 쪽에 앉아 비가 그칠 때까지 창밖에 비 오는 거리를 하염없이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이전에 프라하를 다녀온 친구한테서 알게 된 팁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루돌피눕으로 갔다. 까를교로 이동해 비투스 성당, 황금소로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박물관이나 미술전을 관람할 때도 그렇지만, 작품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보는 것을 굉장히 귀찮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을 보며 내가 생각하는 감정은 이런 감정인데, 이렇게 이해하라고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팁 투어에서는 가이드분이 설명을 해주시면서 내가 혼자 왔었더라면, 찾아내지 못할 프라하의 골목골목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설명도 굉장히 좋았다. 시간도 많으니 내일 혼자서 내 속도에 맞춰 담아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팁 투어를 마쳤다. 투어는 황금소로에서 마쳤는데, 같이 투어를 돌면서 알게 된 친구와 구시가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프라하의 야경 보기 가장 좋은 자리도 알려주고, 뜨레들로 맛있는 가게에 가서 같이 먹고 저녁에 헤어졌다.
핸드폰으로 하루 동안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은 날은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돌아가는 길 내 핸드폰에 담긴 프라하를 보니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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