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를 마치고 생각보다 이른 저녁시간에 숙소에 도착했다. 투어 중 내내 비를 맞아서 그런지 온몸이 으스스했다. 전날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좋은 재즈바를 체크해두고 가려했었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일찍 잠을 청했다. 일어난 시간은 저녁 10시쯤. 약이라도 먹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갈아 입고, 근처 <U Tri Ruzi> 펍에 갔다. 그곳엔 맥주와 함께 축구경기를 보는 현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는 슈니첼과 하우스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체코에서 마셔보는 첫 맥주였는데, 이 맥주는 내가 맥주와 함께했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한잔이었다. 시원하면서 달콤하기까지 한 맥주와 따뜻한 슈니첼 한 조각을 잘라먹으면서, 이나라 안 왔으면 어떡할 뻔했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나는 맥주 내리는 곳 바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 한잔을 마시면서 나머지 5~6개 되는 맥주들을 안 먹어보는 것은 큰 실례를 범하는 것 같았다. (맥주 한잔이 감기약을 대신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나는 슈니첼 하나를 시켜놓고 거기서 파는 맥주들을 다 마셨다.
다음날, 맥주가 약이 됐는지. 아주 말짱하게 아침을 맞이 했다. 여행하기에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나는 어제 투어를 다녔던 루트대로 내 속도에 맞춰 프라하를 즐기기로 했다. 골목골목 곱씹듯이 걸어가 보면서 프라하를 담아보았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도착한 존 레논의 벽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누가 기타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내 하모니카와 합주하기를 요청했고, 자기 이름을 '보이타'라며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는 같이 imagne, Let it be를 같이 했다. 한국에서는 말만 버스킹~ 버스킹이라 하면서 막상 용기는 없었는데, 여행을 오니 없던 용기도 생겨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누고 나는 프라하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나는 먼저번에 프라하에 다녀온 친구의 추천을 받아 레스토랑 <U MALEHO GLENA>에 들어가게 됐다. 이곳에서는 꼭 먹어봐야 된다는 맥주가 있었는데, 벨벳처럼 부드럽다 하여 이름하여 벨벳 맥주! 그리고 햄버거, 굴라시를 시켰다.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안 좋은 점은 맛있는 음식들을 다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 빼고 다 좋다.)
벨벳맥주가 왔다. 어제 먹은 맥주가 너무 맛있었기에, 맥주가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냐 하면서 들이킨 한 모금이, 정신 차리고 보니 반 이상을 마시고 있었다. 새내기 때 원샷하라고 해서 억지로 소맥 원샷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맥주에 꿀을 탄 건지 첫 느낌은 '달다'로 시작해 맥주라고 느낄 수 있게 적당히 배고픔을 채워주고 있었다. 목을 거쳐가는 것 같지 않아 반 이상 먹을 때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벨벳을 2잔 더 마시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프라하 성에 올라가 어제 비 와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던 황금소로도 구경을 하다 보니 해가 질 시간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어제 투어에서 함께한 친구가 말해준 프라하의 야경 감상지를 찾아갔다. 올라가다 보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고, 나는 들어가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프라하 곳곳에 조명이 밝아지며 멋진 야경을 뽐내고 있었다.
그 야경을 감상하며 나는, 2박 3일 간 프라하에서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마신 술은 내가 한국에서 마셨던 술과는 의미가 달랐고, 이곳의 생활은 내가 한국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여유의 정의를 말해주고 있었다. 물론 내가 여행지에만 있었으니, 내 느낌으로 프라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삶의 이상향은 이런 곳이 아닌가 하며 느끼고 가는, 적어도 프라하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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