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화마을 체스키 크룸로프

by 이관민

#28. 프라하 떠나기

프라하에 하루 더 있을까 했지만 점점 드는 익숙함이 싫었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동화마을로 알려진 체스키 크룸로프로 떠나기로 했다. 사실 이곳은 프라하보다 더 매력을 느끼고,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보통은 당일치기로 놀러 온다고 하지만, 반나절만 보고 올 도시가 어디 있겠느냐? 집에 돌아갈 기약도 없어 모든 것이 넉넉했고 풍요로운 나에게는 그냥 바로 짐 싸서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 역으로 가니, 지하에 버스표 판매하는 창구가 있었다. 버스표를 구입하고, 근처 조금 떨어진 곳에 피자집을 찾아갔다. 그 프라하 도심과는 달리 이곳은 여행자의 흔적이 없는 한적한 가게였다. 만약에 단체여행을 왔었더라면, 쉽게 올 수 없을 곳이라 생각하니, 작은 피자가게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기쁨을 느끼며 버스 도착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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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버스에서 본 체코

내가 유럽에 있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아마 버스 시설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요새 들어 프리미엄 고속버스라고 TV가 설치되어있는 둥 생색을 내지만, 그때 내가 탄 크룸로프행 버스에는 승무원도 있고, 화장실에 좌석마다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있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했다. 웬만한 저가항공 비행기보다 나았다.

버스를 타고 밖을 보니 사람에 치여 복잡했던 프라하와는 달리 푸른 잔디밭으로 지평선을 그릴 수 있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었다. 띄엄띄엄 보이는 허름한 집과 조그만 마을과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며 궁금해지기도 하고, '저기서는 뭐해먹고살까?' 하는 아직 한국물이 덜 빠진 생각도 하면서 버스 안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30. 나 혼자 즐기는 크룸로프

12월 초겨울이라 그런가? 그 버스 안에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여행객은 나밖에 없었다. 여러 곳을 경유하다가 어두운 밤이 돼서야 나는 도착할 수 있었다. 블타바 강 다리 바로 옆에 호스텔을 찾았고 들어가니 그곳에서도 역시 나 혼자였다. 호스텔 매니저는 나한테 럭키가이라고 했지만, 사실 조금 무서워서, 괜히 밤에 나와 근처의 펍에서 맥주 한잔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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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니 내가 무서워했던 것을 놀리기라도 하는 듯, 블타바 강 위로 올라온 안개들과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건물들이 내 눈을 맑게 해주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체스키 성 타워에 올라가 마을을 보니 하회마을처럼 블타바 강이 마을을 감싸듯 흐르고 있고, 마을 지붕은 온통 붉은색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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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의 다리를 건너 마을광장 쪽으로 가보니, 프라하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하고 있었다. 나는 Punc라고 하는 체코 럼주 차를 마시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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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타지에서 편지 보내기

사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일반적인 구경은 반나절만으로도 충분했다. 쇼핑을 하기에는 전부 짐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안될 것 같고, 레스토랑에서 뭘 먹기에는 이미 맥주로 배를 가득 채웠다. 뭘 할까 고민하다 마침 모스크바에서 만난 폴리나가 써준 주소가 생각이 났고, 체코를 떠나기 전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편지를 쓰려면 우선 편지지랑 봉투가 필요했고, 그걸 살 문방구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골목 어귀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 문방구가 있었다. 영어도 안 되는 주인과 나는, 몸짓 발짓으로 겨우 편지봉투를 샀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펜을 빌리고 편지를 적었다. 며칠 전 잠깐 본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 내용보다는 이 행동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오랜 고민을 하며 짧은 편지를 쓰고, 어제 프라하 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들을몇 장 넣어 동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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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크룸로프의 조그만 우체국으로 갔다. 군대 이후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적은 없었는데, 이 순간이 신기하면서 즐거웠다. 나는 이 여행의 즐거움이 함께 전달되기를 바라며, 편지를 우체국에 주고,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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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예쁜마을 체스키 크룸로프_photo by Gabrie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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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617.JPG 친구와 이야기 하다 여기는 쓰레기통을 찍어도 예쁘겠다는 말에 찍었는데, 심지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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