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부데요비체의 크리스마스 축제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부데요비체이다. 사실 여행 준비할 때는 이곳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단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 교통이 좋은 도시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잘 아는 맥주 버드와이저의 이름이 탄생한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의미 없이 호텔에서 머물 수 없었다.
기차역 앞에 위치한 내 호텔 방으로 올라가 보니, 역시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프라하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던 관광객들이 크룸로프에서는 급격히 줄더니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으슥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다지 낯설지도 않았다.
호텔에 짐 풀고 감기기가 있어 잠을 청할까 했지만, 멀리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이쯤 여행하니 저곳에 가면 내 허기도 채우고, 즐겁게 놀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구경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방을 나섰다.
부데요비체 광장을 가기 위해서는 중앙거리를 지나가야 했다. 둘러보니 보통의 평범한 가게들이 이어진 거리였는데, 이곳의 이방인은 물론 관광객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군중 속에 존재하면서 안전하기도 하고, 나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하는 이 공간에서는 철저히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사념을 즐길 수 있는 아주 즐거운 곳이었다. 내가 길거리서 어떤 음료를 마셔도 상관없고, 어떤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용기들도, 적어도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많은 시간들을 늘 해왔던 것으로만 행하면서 살아간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매일 같은 시간에 도착하는 지하철을 타고, 커피는 늘 마셔왔던 걸로, 같은 인사, 같은 대화, 같은 일, 집에 가는 길의 일정까지.... 이런 것들은 우리가 약속되어있고 관계되어있는 사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 심지어 같은 한국인 혹은 동양인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마침내 이곳에서 나는 최고의 해방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부데요비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앙광장에 가득 메워져 있었다. 지역 방송국의 취재 차량도 보였고, 구석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락 공연을 하고 있었다. 마켓에는 체코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물론 맥주통도 여기저기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는 여러 음식을 주문하고, 특히 마켓에서 팔고 있는 여러 맥주들을 마셔보면서 다른 마을과는 다른 부데요비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 이전과는 다른 길로 가보자 라는 생각에 엉뚱하게 사람 한 명도 없는 골목길로 걷게 되었다. 이곳으로 오는 여행객 중에 나만 보고 느꼈을 것 같은 작고 좁은 공간을 지나간다는 것에 기분이 새롭고 즐거웠다.
여행은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느껴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고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데요비치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온전한 나를 찾아볼 수 있는, 내가 느낀 부데요비치는 그런 곳이었다.
군중 속 고독의 즐거움을 느꼈던 체스키 부데요비체_photo by Gabrie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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