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Jul 14. 2020

만화를 좋아한다.

둘.

나는 애니메이션/만화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서 몰래 짬짬이 읽던 잡지 속 만화와 반 친구들과 돌려 보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 그리고 동네 비디오방에서 빌려 보던 디즈니 명화 시리즈부터, 최애 애니(메이션)인 ‘슬픔이’가 등장하는 인사이드 아웃과 하야오와 마코토의 감성 터지는 애니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웹툰까지. 


나는 줄곧 만화와 함께였다.


사실 ‘어른’들도 만화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된 지 (정확히 말하면, 즐긴다고 고백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일명 키덜트라는 문화가 생기기 전의 시대를 살아온 아빠에게 만화는 여전히 “애들이나 보는 것”에 불과하며 “너무 터무니없다”, “현실성이 떨어져서 집중이 어렵다”라는 이유로 거부의 대상이다.


만화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만화가 그 어떤 매체보다도 현실을 잘 드러내 보인다고 믿어왔던 것 같다.


만화는 현실에 없는 것과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소재로 삼아 재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만화는 현실에 없다거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현실을 조금 과장되게 설명하고 표현할 뿐. 애초에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모두 우리가 알고, 경험하고, 들었던 것 (what we already know)에서 출발한다. 그러면 우리 생각의 모든 근원은 결국 ‘현실’ 지각 세계였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생각들은 모두 현실의 파생물/파편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만화는 현실의 연장선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화는 ‘현실적’이다. 심지어 만화는 과학적 사고와 기술 발명에 영감이 되기도 한다. 만화에서 나오는 ‘비현실적’ 장면들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우리에게 그 현실성 (현실적 가능성)을 따져 묻게 하는데, 이는 곧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종종 이어진다. 만화 속 신기한 마법이나 신문물은 실제로 기술적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 이러한 경우, 만화는 현재보다는 미래의 현실을 예견하는 것에 가깝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다.


만화가 현실적인 이유는 아마 우리가 아무리 허구일지라도 “있음 직함”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코미디의 기본은 따라 하기/흉내내기(mimick)가 아닌가. 우리는 현실의 무언가를 흉내 낼 때 재미를 느끼는데, 여기서 핵심은 얼마나 묘사가 똑같은지가 아니고 그 묘사가 사물/사람의 특징을 과장하여 본질을 더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는지 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실재의 본질에 대한 파악을 바탕으로 그 본질을 강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 직함”을 만들어내며, 재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아직도 만화가 비현실적이라고 ‘입덕’ 하지 못했다면 그건 편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화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재밌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새로움과 익숙함_행복은 곁에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