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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Jul 14. 2020

장소, 시간의 범벅.

넷.

서울에는 참 신기한 곳이 많다. 동네마다 골목골목을 잘 들여다보면 참 신기하게도 제각각 개성이 있다.


장소라는 게 생각해보면, 장소는 물리적으로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고정값이다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왔다가 가고 또 갔다가 또 오고 가면서 그 장소의 순간순간을 채우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한 장소는 그 장소의 지난 시간 속에 그곳에서 존재/발생했던 인연들과 경우의 수의 축적이 되는 거다. 사람이 각자의 시간을 지나 제 자신이 되듯, 장소도 각기 시간을 지나 자기 개성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보는 어떤 특정한 한 장소는 그러니까, 시간의 축적이고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발자취다. 이렇게 생각하면 골목을 누빌 때, 참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여기는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됐을까, 지금은 왜 이런 모양일까, 어떤 사람들이 머물렀다 갔을까, 그리고 누가 이렇게 이곳을 꾸몄을까.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딤섬집을 예로 들어볼까. 이 장소는 참 신기하다. 딤섬은 중국 남부 지방 음식인데, 여기에서 파는 딤섬은 대만에서 먹었던 딤섬 맛에 한국 맛이 가미된 맛이 난다. 실내 인테리어는 일본식 분위기가 풍기고, 식기는 서구식이다. 거기에 이름은 요즘 말로 ‘인스타’ 감성이다. 작은 동네에 위치한 작디작은 음식점 하나에 얼마나 많은 문화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지 살펴보면 놀랍다.


인연이라는 것이, 관계라는 것이, 또 시간이란 것이 참 신기한 거다. 이렇게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참 많은 순간들과 생각들과 손길(touch)들을 거쳐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아온 이름 모를 다수가 만들어낸 팀워크(teamwork)의 결과다.


이렇게 골목골목을 걷다가 각각의 장소마다 지난 시간들을 비롯하여 그곳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손길과 발자취를 떠올리다 보면, 세상은 참 경이롭다. 생각해보면 이유 없는 일이 없고, 노력과 정성 없이 생기는 존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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