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제출되는 교수들의 의견서

by 박시완

소송에서 소위 말하는 5대 대형로펌을 상대하다 보면, 저명한 법학교수의 의견서가 참고자료로 제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의견서는 특히 '사실관계'보다 '법리'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소송에서 제출된다.


여기서 말하는 '의견서'는 해당 교수가 특정 사건과 무관하게 학문연구의 일환으로 작성한 논문이나 기고문이 아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특정 사건의 일방 당사자 또는 그를 대리하는 대형로펌의 의뢰를 받아 작성된, 즉 명백히 구체적인 특정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주려고 작성된 의견서다.


법원에 제출된 그 교수들의 의견서를 받아서 읽고 있으면 숨이 막혀온다. 의견서는 그들에게 의견서를 의뢰한 측(주로 대기업과 그 대리인인 대형로펌)이 소송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법조계 내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저명한 교수들이다. 실무에서 뛰고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그들에게 배웠고 그들이 쓴 교과서를 읽었다. 그런 교수들이 구체적 소송사건에 뛰어들어 일방의 편에 서서 "이쪽 말이 옳아요!"라고 외쳐댄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어느 국립대 로스쿨 교수는 5년 동안 로펌 7곳에 법률의견서 63건을 써주고 18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견서 한 건당 평균 약 3천만 원을 받은 것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싸움인데, 골리앗 옆에 간달프 같은 마법사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아연해진다(솔직히 '간달프'가 아니라 '사루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겠다).


이 악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면 극적으로 다윗이 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중과부적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내 사무실 책장에도 꽂혀 있는 그 백색 간달프의 '마법서'가 심히 눈에 거슬린다.


의견서를 써준 교수들은 말한다. "학자적 소신에 따라 작성하였다"고. 국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로펌에 의견서를 써주고 5년 동안 그 대가로만 18억 원 넘게 번 위 로스쿨 교수도 같은 말을 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학자적 소신은 왜 항상 의견서 한 건에 수천만 원씩 쥐여 주는 자의 입장과 일치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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