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이걸 Jun 11. 2024

오십대 남편 이직할 곳은 없지만 퇴직하고 싶다

페펙트 실패를 향해가는 부부스토리

구본형은 <율리시스>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리오폴드 블룸과 스티븐 데덜러스의 짧은 대화가 나이가 들어서도 가슴이 저릴 만큼 자신을 몰아세운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주체할 수 없었던 젊은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는 젊은 에너지가 사라져 가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더 나이 들어서는 한창때인 그의 아이들 때문에 이 대화를 잊을 수 없었다고.


사람의 마음엔 두려움이 항상 있다. 그 두려움이 커지면 마음의 병을 일으키지만 작은 두려움은 긴장감 있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둘은 찰떡궁합같이 함께 다니며 웃다가도 울게 만드는 쌍콤비다. 젊어서는 불행을 찾기 위해 많은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다.


주말부부로 6년을 넘게 살아가다 보니 부부간에 고비가 가끔씩 왔다. 먼 곳으로 이사와 중고등학교를 다닌 큰아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속상함과 화가 몰려와 싸움이 날 때도 있다. 아들이 사춘기가 오고 코로나까지 와서 집에서 힘들게 입시를 준비할 때 아빠가 곁에서 더 가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내 마음 한켠에 계속 있다. 둘째 딸이 고등학생이 되니 또 스멀스멀 고민이 된다. 학원 강사로 일하니 밤늦게 귀가를 한다. 둘째는 하교 후 혼자 저녁을 차려먹고 집에서 쉬는 편이다. 아직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인데 잘 챙겨주지 못한다. 그래서 남편과 오랜 대화 후 다니는 회사는 그만두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퇴직이 남았지만 그동안 가장으로 힘들어도 묵묵히 일해온 남편이 나는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은 반대이다. 아빠가 이제 회사를 그만두면 이직할 곳도 없는데 어떻게 살 거냐며 득달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퇴직까지 많이 남지도 않았는데 왜 도전을 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려고 하냐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 계속 다니면 호봉이 높으니 퇴직까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 대학 학자금도 나오니 마음 한켠에 고민도 해결해 준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오십 대 가장은 불행이 두려워 회사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인가?


정말 큰 결심으로 말을 한 남편을 응원해 주고 함께 이겨낼 순 없는 걸까? 남편의 퇴직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퍼펙트 실패’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평생 힘들게 한 직장에서 우직하게 젊음을 쏟아내고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행복함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순간이 남편과 나에게 왔으면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사실 나의 성격상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회는 할 것 같다. 그렇게 고민고민하고 내린 6년 전 이사도 지금 와서는 많은 아쉬움이 생기니 말이다. 그래도 잘 해결해나가며 가족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과정 중이다. 아직 엔딩이 나지 않았으니 지금 이 실패의 과정을 온전히 살아가려 한다. 구본형의 질문처럼 ‘퍼펙트 실패’를 통해 오히려 지혜와 통찰이 남을 거라 믿으며 현재 진행형 ‘퍼펙트 실패’를 이어가 보려 한다. 어쩜 평안했던 삶을 뛰어나와 하루하루가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곳으로 남편과 함께 이어갈 퍼펙트 실패 과정에 응원을 부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수학강사의 내신대비기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