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푹 자고, 또 놀자~
아이의 첫 미소를 기억하는가. 태어난 지 몇 시간 채 되지 않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배냇짓으로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보고 아이가 나에게 웃어줬다며 감격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요즘 아이는 부쩍 미소가 늘었다. 재밌을 때, 기분이 좋을 때, 엄마를 봤을 때 활짝 웃어주는 미소가 있다. 방금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아직 잠에서 빠져나오는 중인지 발버둥을 치며 이이잉 울음을 지을 때가 있다. 눈도 다 뜨지 못한 채 몸부림치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며 쓰다듬어주면 그제야 두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엄마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에 저항 없이 나도 따라 웃는다.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이가 없으니 잇몸을 드러내며 눈은 반달로 접힌 채 웃음을 짓는다. 표정 가득 행복함이 보인다. 몸짓 또한 잠투정에 몸부림치던 때와는 다르다. 귀엽고 앙증맞은 손짓 발짓으로 나를 환영해 준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본다. 이렇게나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나를 환영해 주다니. 나도 덩달아 얼굴 주름이 하나하나 접히는 미소를 띤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그 시간이 참 따뜻하다.
낮잠에서 개운하게 깬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와 모유수유를 하고 함께 논다. 여러 가지 장난감이 있지만, 아이도 나도 좋아하는 것은 책 읽기이다.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워서 읽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놀이와는 다르게 누워서 놀아줘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아이는 이것이 책이라는 것은 아직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알록달록 다양한 그림이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장 한 장 다른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눈을 휘둥거리며 신기해한다. 어떤 그림에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거기에 엄마가 열심히 목소리를 내어 다양한 톤으로 말해주니 그 시간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아이도 나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한동안 방긋거리며 놀던 아이는 어느샌가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표정도 점점 옅어지며 두 손이 얼굴을 향해 간다. 눈을 비비고 귀를 문지르며 졸리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의 졸음 신호에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아이를 안아 든다.
안방의 아이 침대로 직행한다. 졸려서 내 품에서 해드뱅잉을 하던 아이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주면 좋겠건만, 침대에만 눕히면 뭐가 그리 서러운지 금세 울기 시작한다. 온몸을 비틀며 잠투정을 하는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한다. "잘 놀았으니 이제 푹 자고, 또 놀자~." 잘 자고 일어나면 또 환하게 웃어줄 아이의 미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