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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쩨이 Aug 07. 2020

일본 대학원, 표리부동의 에너지

올해 박사 과정 신입생으로 들어온 학생이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랑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쩨이상은 표리부동 하지 않네요. 하고 말을 건네 왔다.

하하하 웃으며 좋은 뜻이야? 하고 물었지만 이미 내 안에서 어느 정도의 답이 나와있는 평가였다.


떠날 것이 정해진 장소와 이 공간과 시간 외에 내 진짜 인생에 접점이 없을 사람들을 향해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계산을 하지 않고 다양한 환경이나 조건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무례한 말과 무례한 행동이 당연히 같을 수밖에 없겠지.


결국 지금 '나'로 살고 있는 내가 '나'인가에 관해 생각해보자면

나이긴 하지만 내가 아닌 나, 그러니까 이렇게 그럴듯하게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어딘가 이질감을 지울 수 없는 존재로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게 외국 살이인가 싶으면서도 반대로 그동안 한국에서는 얼마나 겉과 속의 다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에너지를 써왔던 건가 하는 자아 성찰을 해본다.

성별과 나이 같은 다양한 이유로 여성스러움, 결혼, 출산과 같이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강요되는 여유 없이 작고 딱딱한 수많은 울타리 안에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고 예의 바르게 갇혀있던 작던 나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일본을 떠날 것이 정해진 장소로 지금 연구실에서 만난 사람들을 미래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존재로 표현하고 있지만 한국과 한국에서의 인연은 영원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내가 속한 곳도 속할 곳도 결국 유한하며 한국에서의 인연이라고 나에게 특별히 크고 무거운 것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남들 앞에서, 그래야 하니까, 여자는 같은 되지도 않는 울타리를 더욱 작고 단단하게 만드는 말을 더 이상 쓰지 말아야지.

어느 상황에서든 '나'를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겠다.


표리부동, 한 번쯤 해볼 만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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