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버지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다.
꺼진 컴퓨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멀뚱히 바라보다가도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마는 날들이 약 3개월간 흘러갔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계속해서 외면하고 다른, 더 즐겁고 가벼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투병 10년 사를 정리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던 그때처럼, 아버지의 이야기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아서 빼어내지 않고는, 눈앞의 거대한 산과 같아 넘어가지 않고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을거라는 느낌이 나를 코너로 몰았다.
이런 내가 싫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 나는 쓴다.
끝까지 잘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어쨌든 쓰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왜 그토록 갑작스럽게 나를 떠났는지 이 글이 끝날 때 즈음엔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