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모르지만 카페에서 일합니다.

이 카페는 그 카페가 아니니까요.

by 앎의 삶


내가 일하는 카페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카페에서 n년째 일하고 있음에도 아침마다 커피를 위장에 때려부을 줄만 알지, 만들 줄은 모른다. 커피에 대해서 아는대로 말해보라면 아메리카노는 쓰고 나머지는 달다는 것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카페 직원으로서 여러분 앞에 당당하다. 왜냐? 이 카페는 그 카페가 아니니까.


내가 일하는 카페는 무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아침에 많이들 마시지만, 이 카페는 반대로 밤이 호황이라 늦은 시간에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이닥친다. 깊은 밤에도 한번 들어온 손님들은 나갈 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바쁜 시간대에도 직원인 나는 보통 퇴근하고 침대와 한몸이 되어 누워있다. 왜냐? 이 카페는 그 카페가 아니니까.


내가 일하는 카페는 호불호가 갈린다. 쉽게 말해 직접 들어오는 손님과 바깥에서 구경하는 외부인이 가진 이미지가 무척 다르다. 전자는 트렌디하고 재미있다고 하고, 후자는 카페가 아직도 안 망했느냐고 한다. 20년이 넘은 이 카페가 한 가지 성격으로 매몰되지 않고 이렇게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자 매력이다. 왜냐? 이 카페는 그 카페가 아니니까.


이 카페가 그 카페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자리에 앉은 손님들의 목적은 바로 이야기를 하러 왔다는 점이다. 카페 직원으로서 나의 역할은 손님들이 더 즐겁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원하는 자리에 빨리 앉고, 관심있는 주제가 같은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때로는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안전하고 편한지 늘 살피며 카페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일하고 있다. 다만 업무의 애환이 있다면 아쉽게도 나의 일은 티가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




그렇다. 나는 카페 기획자, 풀어 쓰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기획자이다. 우리나라에 카페라고 이름붙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단 두 곳 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회사는 밝히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브런치를 쓰는 이유가 있겠지 ... 앞으로 나는 브런치에서 IT 서비스 혹은 커뮤니티 기획자로서 겪고있는 소소한 기쁨과 슬픔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풀어볼까 한다. 슬프게도 일단 노잼일 것 같다. 모든 직장이 그렇겠지만 사람에 비해 일이 많기 때문에 자주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취미삼아 요령껏 들를 예정이다. 언젠가 내년 이맘쯤에는 카페를 다룬 브런치북이 발간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