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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Apr 25. 2022

나의 유전자가 너에게

볼링 사랑 모자


1995년.

나의 스무 살 그때. 

대학 입학하고 처음 선배들과 볼링장이라는 곳을 갔다. 


"볼링 칠 줄 아니? "

"아니.. 해보면 되죠 뭐~ 가요" 


어릴 적부터 나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욕심이 많아서 남들이 하는데 나는 못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자전거도 일찍 배웠고, 롤라 스케이트도(지금은 인라인이지만 그땐 롤러스케이트였다)

심지어 엄마가 타는 택트 오토바이도 고등학교 때 배웠다. 

운전면허도 일찍 취득해서 자동차 운전도 바로 시작했었고, 아빠가 칭찬하시는 운전 실력자였다. 


그러고 보니 참 운동신경이 좋았었다. 


내 손가락에 맞는 공을 찾고 레인에 올라서서 멀리 있는 

핀을 바라보며 멋진 동작과 자세로 볼을 던지면 

그 볼이 핀을 때리며 시원하게 넘어질 때 내 온 마음도 시원해졌다. 

그 신기한 경험에 매료되어 볼링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주 볼링장을 다니면서 실력을 키웠고, 

학교 졸업 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 근처 볼링장에 클럽에 가입을 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한 취미 생활을 했다. 

마이볼을 만들어 볼백에 멋지게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클럽활동을 했다.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볼링장에 문의해서 가입하고, 새로운 분들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친화력이라는 나만의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친정집에 두고 온 내 볼백은 아빠가 이사하면서 

정리했다고 하셨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며 그렇게 좋아하던 볼링도 잠시 내려놓아야 했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고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함께 볼링장을 찾았었다. 

몸이 기억하고 있던 내 볼링 실력, 하지만 무릎이 아파서 게임을 많이 할 수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내 몸을 바꿔 놓았다. 



세 아이중 유독 한 아이가 엄청 관심을 갖고 즐거워한다. 

둘째다. 

그날 이후로 둘째는 볼링장 가자는 말을 자주 했고,

 가족 행사 때 이모부랑 만나도 볼링장을 다니곤 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 마치고 어디냐고 하면 볼링장에 있다고 했다. 


"엄마 게임비 좀 주레이! " 

카톡으로 자주 보내오는 메시지. 


어느 날부터인가 유튜브를 통해 볼링을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프로 선수들의 자세부터, 그 사람들의 볼링 경기들을 자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친구가 마이볼을 가지고 치는데 자기도 갖고 싶다고 한 날 

볼링 프로 준비하고 있는 아는 동생을 통해 프로를 소개받고 지공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아들을 데리고 볼링공 지공하러 간 날. 

그곳에서 나의 이십 대 뜨겁게 볼링장을 다니면서 볼링핀을 넘어뜨렸던 

그 시절 생각에 잠시 뜨끈했다. 



세월이 지나 곧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내 아들이 그때의 나처럼 볼링을 사랑하고 있다. 

마이볼, 볼백, 이쁜 신발까지 세팅해주고 이제는 내 아들을 통해 그때의 나를 만난다. 



유전자는 속일 수가 없는 거구나 

그 생각에도 뿌듯함이 담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희생하며 보내온 나의 시간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지만 

나로 인해 시작된 너의 탄생과 너의 취미생활이, 흘러간 내 시간을 보상해 주듯 

나는 그렇게 그날이 기뻤다. 


마이 볼러가 된 아들, 멋지게 볼링을 사랑하는 그 모습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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