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언니 Jun 27. 2023

가끔은 억울해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하기엔.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아이를 재우고 밤 산책을 잠시 나왔다.

낮엔 여름에도 잘 마시지 않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했다.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얼죽아가 아니라 더운 여름에도 뜨아를 마시는 사람이다.


살다 보면 정리해야 할 것이 많다.

책상정리, 서랍정리, 냉장고정리 이런 정리는 그냥 하면 된다.

관계정리와 마음정리는 힘이 들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게 한다.


그때의 그곳에 있던 너는 참 좋았는데

지금 그곳에 있는 너는 참 별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나의 자유고 내가 생각하는 내 마음이다.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왔다.

그리고 먼저 손을 놓았다. 그 아이가

내 기준에서는 손을 놓은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냈고, 마음을 냈다. 정성을 다해서.

먼 길도 찾아갔다. 다녀올 때마다 설레었고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났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관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보지 않아야 좋겠다고 생각할 땐 그게 맞는 것 같다.


무언가 잘 되지 않으면 그래 내 탓이야 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게 참 억울하다.

정성으로 시간을 냈고 마음을 준 사람이 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는 말이다.



그 아이가 상처받으라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내가 자유롭고 싶고 내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서다.


그저 결이 달랐음을

스스로의 인생에 자신이 없던 한 사람을

너무도 간절하게 도우려고 했던

내 마음만 정리하면 된다.



뜨거운 여름날의 끝은 시원한 바람으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길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