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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Jul 08.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6.) 上

그루비룸(GroovyRoom), 사이로(415), 선미


그루비룸 (GroovyRoom) – ‘Burn (Feat. 쿠기)’



  최크롬 :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는, 그루비룸의 ‘find your light’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이다. ‘burn’은 자신만만한 젊음의 패기와 웅장함을 키워드로 하는 것 같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ph-1과 함께한 첫 싱글 ‘Palette’과 동일하다. 가장 귀를 모으는 부분은 역시 찢어지는 베이스로 휘젓고 들어오는 드롭이다. 힙합 리듬과 덥스텝을 쫀득하게 엮어낸 이 부분은 벌스를 차분히 이끌어 나가는 쿠기의 랩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랩과 프로듀싱 둘 다 과하지 않고 서로가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밸런스 있게 어우러지는 것이 이 곡의 백미다.


  하지만 다소 의아한 점은 특정 아티스트를 위한 맞춤 프로듀싱이 아닌, 선 프로듀싱 후 아티스트 매칭을 추구한다고 밝혔음에도 지금까지의 참여진이 예측 가능한 바운더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pH-1과 쿠기에 이은 주자는 같은 하이어 뮤직의 김하온으로 발표됐고, 결과적으로 야심찬 캐치프라이즈에 비해 캐스팅이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1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기에 예상을 뒤엎는 신선한 매칭이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글쎄.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이왕이면 파격적으로 캐스팅을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이로(415) - '소원이 없겠다 (Feat. nafla)'



  무민 : 발라드와 알앤비의 오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보컬과 적절히 가미된 레게 리듬, 나른한 듯 또렷한 래핑과 애절한 가삿말. 낭만적인 여름밤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메인 소스까지,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요소들이 한 군데에 모여 매끈한 트랙을 완성하였다. 사이로와 같이 도화지처럼 깔끔한 유형의 보컬들은, 그들에게 입혀지는 프로듀싱의 색채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강점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랙아이드필승의 말끔한 프로듀싱은 이전의 정통 발라드 트랙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이로만의 '깔끔한 알앤비'가 내뿜는 매력과 개성을 꺼내놓는데 성공하였으며, 탄탄하게 단련된 보컬 운용과 완급조절 능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사이로의 음악적 필드가 어딘가 존재할 듯하다.




선미 - '보라빛 밤 (pporappippam)'



  호우 : ‘레트로’를 움켜쥔 선미에 대한 예찬은 언제 꺼내들어도 모자라지 않다. 본인의 한순간을 포착하여 표현한 3-4분간의 브랜딩은 제법 황홀하다. 선미가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으로 대중들에게 고혹적인 잔상을 남겼다면 ‘누아르’, ‘날라리’로 진중함과 키치함을 오가며 그녀의 정체성과 아우라를 담아내는데 집중했다. ‘보랏빛 밤’은 청량함이 깃든 영롱한 도시의 새벽을 그려내면서도, 그 끝엔 자연스레 ‘선미’를 향해 시선이 흐르도록 만든다.


  쉬운 리스닝을 만들고 싶었던 그녀의 의도처럼, 새롭진 않으나 다양한 변주를 더했다. 구조는 ‘LALALAY(날라리)’의 연장선에 있지만 파트별 보컬의 변화를 살리는 선미의 모습도 보인다. 리드미컬한 박자감에 맞춰 ‘뽀라삐빰’, 보라빛 ‘밤’등 운율을 살리고, 청량한 플룻과 디스코, 펑키 등 오묘한 조합임에도 본인의 매력으로 캐치하게 소화시키며 무드를 이끌어나간다. 허밍으로 빼곡한 후렴과 웅장한 브라스의 조합은 현재와 레트로의 교차점이랄까.


  한편, 그녀의 시그니처라고 칭할 정도인 유로파 비트는 빠르게 익숙함을 불러오지만, 다양한 요소와 버무려져 리스너들과 거리감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동시에 영롱한 면모까지 불러오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차분한 무드 위에 고혹적인 보컬을 얹어 그해 여름 우리가 좋아했던 세련된 시티팝의 모습을 은은하게 자아낸다.


  ‘퍼포머’ 선미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작사, 작곡, 그리고 뮤직비디오까지 참여한 그녀는 리스너들에게 보는 매력까지 제공한다. 눈여겨볼만한 트랜지션, 인형탈과 같은 캐치한 소품, 단편적인 장소들과 장면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필름 형식을 본 딴 화면과 복고풍의 의상도 더해 아련한 감성으로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한편, 노랫말과 어우러지는 안무, 계단을 오르는 모습과 뒤로 떨어지는 모습, 임팩트 있는 캐치한 손동작까지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그녀의 생각에서 완벽한 곡을 재현하기 위한 요소들이 모여 톡톡히 제 몫을 해냈다.


  특히, ‘보랏빛 밤’은 유독 선미와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보랏빛 시티팝은 새벽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에 한 줌의 청량함을 더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단면을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해 노래로 승화시킨 결과물이기에, 곡 이해력을 기반으로 풍부한 표현이 더해진다. 이번 곡에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자신의 영역 내에서 그녀만의 확장을 이뤄내리라 예상한다. 베스트가 아닌 스테디로 모두의 아티스트로 자리 잡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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