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GLOW, 10CM, MAX, Mia Rodriguez
최크롬 : 해외 시장을 타게팅으로 하는 에버글로우답게 여자 아이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레트로 사운드를 차용했다. 전반적으로는 두아 리파의 ‘Physical’의 냄새가 나지만, EDM식 구성과 랩 파트로 인해 케이팝식 뼈대는 두드러지는 편이다. ‘LA DI DA’의 최대 강점은 트랙이 말하고자 하는 색깔이 명확하다는 것. 흡인력 있는 코러스도 물론이고, 사운드가 그리고 있는 도시적인 테마는 뮤직비디오와도 찰떡이다. 에버글로우 고유의 크러쉬한 톤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비슷한 트렌드를 타고 레트로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는 프로미스나인, 브레이브걸스 등과 비교하면 ‘LA DI DA’는 그 주체성에서 확실히 더 고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에버글로우는 트렌드를 해석했지, 따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호우 : 제 계절을 찾은 가수의 여유가 돋보이는 곡. 이 번에도 십센치는 곡의 서사보다 이지리스닝에 중점을 두었다. 의도에 맞게 몸집을 부풀리기보다 힘을 풀었고, 귀에 흘러 들어오는 가벼운 선율은 기분 좋게 흥얼거리기에도 적합하다. 청명한 기조의 키보드가 더해진 도입부는 선선한 계절감과도 결을 맞춘다. 이어지는 후렴 부분으로 진입한다면 노련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코러스와 기타가 선율을 튕기며 깔끔히 곡의 흐름을 잡아준다. 어느 면에서 보나 음색을 강조하는 듯한 이번 곡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앞선 파트들의 특징이 모두 합쳐진다. 그럼에도, 복잡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갖가지 요소들을 끌어안은 부드러운 보컬의 힘이 아닐까. 여전히 그만의 감성을 충실하게 표현해 낸 시원 따스운 가을이 떠오르는 곡이다.
다만, 앨범<4.0>을 지나고 있는 10CM의 디스코그라피는 예측 가능한 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매트리스’, ‘방에 모기가 있어’에 이어 비슷한 줄기의 신보로 신선함이 아닌 포크(FOLK)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익살스러운 비유와 감정 묘사 등이 꽂히던 가사는 뭉툭해졌으며, 박문치, 치즈, 이아일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고는 하나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앨범 <5.0>을 향해가는 간이역들엔 너무 익숙한 풍경들이 가득하다.
호우 : 많은 플레이리스트 채널과 유튜브로 친숙해진 MAX(맥스). ‘Acid Dreams’, ’Checklist’ 등 최근 떠오르는 여타 싱어송라이터처럼 깔끔하고, 간결한 곡들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으나 알고 보면 알앤비, 힙합,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수렴해왔다. 이런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겸비한 맥스의 능력은 이번 곡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빠른 비트와 트랩을 교차시키고, 부드러운 보사노바를 얹어 달콤하게 마무리한다. 차분하고 낭만 가득한 곡에 발린 BTS 슈가의 랩은 단편적일 수 있는 맛에 포인트를 잡는다. 제법 깔끔한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맥스의 기존 문법을 그대로 차용해 독특하거나 모난 부분도 없다. 그럼에도 아내를 위한 사랑으로 가득 찬 뮤직비디오와 가사는 그야말로 일품.
최크롬 : 빌리 아일리시 특유의 어두움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특유의 광기와 살벌함을 전면에 내세운 Mia Rodriguez(미아 로드리게즈)의 콘셉트는 그렇게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심지어 멜라니 마르티네즈 같은 잔혹동화의 코드 또한 발견된다. 그러나 음악이나 비주얼이 그들에 비해 어느 정도 날것의 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데뷔 싱글 ‘Psycho’가 그녀가 앞으로 추구할 정체성을 보여주었다면, ‘Beautiful & Bittersweet’은 신선함을 살짝 걷어내는 대신 보다 직관적인 팝의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움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연출, 그리고 강조된 보컬은 분명 이전 싱글들과는 다른 맛을 제공한다. 한편 틱톡 출신인 그녀는 캐릭터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양갈래 머리와 독특한 화장과 패션은 온전히 그녀만의 아이덴티티이다. 이처럼 음악과 별개로 스타성에 주목하는 것도 미아 로드리게즈라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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