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귀신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

by 호랑

“자기, 아까 집 들어올 때부터 느낀 건데 오늘 힘들었어?“


역시나, 누굴 속여. 연애할 때부터 스쳐가는 표정 변화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 눈치 채던 그였다.

내심 이번에도 알아채주길 바랬던지 종일 기쁨이 앞에서 숨겼던 울음보가 터졌다.

왜 꼭 재수 없는 일은 하루에 몰아서 터지는 걸까? 야속하기도 하지.

엉엉 울고 싶은데, 속상했던 일 다 털어내고 싶은데 행여 아이가 깰까 숨죽여 우는 내 처지가 너무 처량했다. 처음엔 눈물만 볼을 타는 정도였는데 어느새 꺼이꺼이 콧물도 제대로 못 풀며 말하는 꼬락서니가 울부짖는 게 되버렸네.


언제나처럼 꼭 안아주며 불필요한 추임새 없이 묵묵히 들어주는 우진. 그 품이 따뜻해 긴장이 툭 풀린다. 그렇게 우진에게 파고들어 엉엉 울고 있는데 아뿔싸. 기쁨이가 깼나보다. 칭얼거리는 소리가 방문 너머 들린다.


하연은 자동 반사적으로 우진의 품에서 황급히 떨어지며 아이가 볼 새라 맨손으로 눈물 콧물을 닦는다. 세수라도 하고 아이 방에 가볼까, 하다 좀처럼 깨지 않는 기쁨이가 이따금 무서운 꿈에 한번 깨면 다시 잠드는 게 여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몸이 벌써 종종 걸음으로 아이 방을 향했다. 어짜피 어두워서 얼굴까지 자세히는 안 보이겠지.


“아들, 엄마 왔어.” 쉬- 불과 십 분 전만 해도 남편 옆에서 아기마냥 칭얼거리던 하연은 이제 자신의 아가를 품에 안으며 다독인다.

“엄마도 울었어?”

반쯤 덜 깬 아기가 엄마를 보자마자 내뱉은 말이 쿵- 하고 하연을 철렁이게 했다. 아차.


오늘 우리집에 울보 귀신이 들었나봐. 엄마도 호떡이도 울게 만드네.

울보귀신?

응.

나 엄청 무서운 꿈 꿨어.

진짜? 엄마도. 어떤 꿈이었어?

싫어. 안 말할래. 울보귀신 때문에 다시 못 자면 어떡해?

그러게.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잘까?

엄마도 울보귀신 때문에 울었잖아. 엄마 눈 팅팅.

그럼 우리 아빠보고 울보귀신 쫓아내달라고 할까?

웅! 아빠 불러줘.

울보귀신 하나도 안 무서운 거 보여주려면 기쁨이가 직접 아빠한테 뛰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웅? 아니… 아빠가 오면 안 돼?


침대 밖을 나서기가 무서운가보다.


그럼 우리 용기를 내서 방문까지만 가서 아빠 불러볼까?

엄마가 옆에 있어줄게. 엄마 안아줄 수 있어?


아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두 팔을 벌려 하연을 안는다.


아빠!!!!!

아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쉬더니 최대한 크게 속삭였다.

풉. 그와중에 쩌렁쩌렁 소리지를까 걱정하는 내가 우습다.


품 속의 하연이 말릴 새도 없이 용수철처럼 문밖을 나서자 우진은 멍하니 문틈 사이로 거실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아이 앞에선 강철 엄마가 되는 하연을 대견해하며 천천히 거실 소파에 앉았다. 하연과 아이의 대화를 엿듣다 왈칵, 아내의 임기응변에 감탄했다. 역시 곽하연.


이제 강철 아빠가 나설 차례다.

거실 전등을 켜고 두 팔을 힘껏 벌려 아들과 싱긋 눈마주쳤다. 아이 옆에 쪼그려 앉은 하연의 예쁜 얼굴도 보인다.


오늘 밤은 세 가족이 나란히 거실에 요를 깔고 잔다.

한겨울마냥 꼭 껴안고 잔다.

울보귀신이 다시 찾아올까 안방, 호떡이 방 불은 켠 채로.


우리집 울보 둘은 새근새근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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