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어

by 샹송


유유자적하듯 느긋한 물결들. 흐르는 게 아니라 머물러 있으면서 여유를 만끽하는 것 같은 모습이 처음 마주했던 아르노강의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가 낮에 이어 해가 진 후에도 발길을 붙잡았다. 베키오 다리는 금처럼 빛이 났고 강에 달이라도 심은 듯한 금빛 물결 위로 배 한 척이 지나갔다. 배는 달나라에라도 데려다줄 것 같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런 낭만이라니, 한참을 다리 위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오늘 중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느끼며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다리를 지나 거의 숙소에 다다랐을 때는 근처 공원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와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공원으로 들어서니 밤 산책을 나온 것인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고, 가로등 아래에서 여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커플과 아이를 안고 춤을 추는 아빠 그리고 자기만의 리듬에 취해 귀엽게 춤을 추는 어린아이까지. 소박한 행복의 향기에 자리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노래를 서너 곡 듣고 나서 얼마인지 모를 동전 몇 개를 기타 케이스에 두고 공원을 나서며 생각했다. 다시,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어, 라고.


내가 정말로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싶어했던 것들이 이런 소박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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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떠났던 유럽여행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혼자서, 멀리, 떠났던 여행이라 설렘과 기쁨, 걱정, 두려움이란 감정들을 동시에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수첩 안에 그런 많은 감정들을 담아 남겼던 소소한 기록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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