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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Jul 31. 2024

마지막 시간

마지막 숙소는 도로와 한참 떨어진 곳이라 조용하고 한적했다. 젊은 사장님과 직원들이 운영을 해서 인지 분위기가 사뭇 활기찼다. 여느 때처럼 소꿉놀이 하듯 소소하게 짐들을 늘어놓고 마실을 나섰다.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도 참 재미가 있다. 빵집에 들러 빵도 몇 개 사고 슈퍼마켓이 있어 들어가 구경을 했다.


조금 늦은 점심은 눈에 띄는 아무 곳에 들어가서 먹었다. 관광객들은 아닌 듯,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인  편안한 분위기였다. 나 역시 편하게 밥을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직원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데 그 직원 날 보고도 모른 척 고개를 돌려 버렸다. 뭐, 기분 나쁠 만도 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다. 순간이었지만 직원의 표정과 눈빛에서 뭔가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긴 머리를 올려 묶고 귀에 피어싱을 하고 있어 그랬는지,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남자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계산을 하는 일이 꽤 따분하게 보였다. 일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줄곧 떠나는 상상을 펼쳤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당장은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게 부러움 같은 것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며 잠깐 기다리고 있자 날 보고 있었는지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직원을 불러 내게로 가게 한다. 막상 다가온 직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산을 도왔다.


밥을 먹은 후에도 아직 환한 낮. 숙소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뒷문이 있어 그곳으로 돌아가자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이런 평화 속에서 어떤 꿈을 꿀까 궁금해졌다. 배 타고 모험이라도 떠나고 있을까. 어떠한 여행을 하고 있든 옆에서 보면 여행자는 굉장히 부러운 존재이다. 부러움이란 정말 야트막하고 무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떠나가는 여행자들을 보고 부러워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행만을 남겨두고 있었기에 식당의 그 직원 눈빛이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을 꿨어요, 괴상한 꿈...... 내 기분이 머지않아 그 비슷한 여행을 할 것 같군요. 들어 보세요. 아마 우스울 겁니다. 여기 이 항구에 마을만 한 배가 한 척 들어왔어요. 배는 고동을 울리며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때 내가 이 배를 잡아타려고 마을에서 달려왔지요. 손에 앵무새 한 마리를 들고 말이지요. 나는 배에 올라갔지요. 선장이 달려옵디다. <표 좀 봐요!> 그 친구가 소리치더군요. <얼마요?> 내가 주머니에서 지폐 한 다발을 꺼내며 물었지요. <1천 드라크마올시다.>  <이것 봐요. 좀 싸게 합니다. 8백이면 안 되겠소?> 내가 한 말입니다. <안 돼요. 1천 드라크마 내어야 해요.> <내겐 8백밖에 없으니 그것만 받소.> <1천이라니까...... 덜 받고는 곤란해. 천 드라크마가 없거든 빨리 내리쇼.> 나는 화가 났어요. 그래서 이렇게 쏘아붙여 줬지요. <이것 보쇼, 선장. 좋은 말 할 때 8백이라도 받아 두쇼, 안 받으면 꿈을 깨버릴 테니까...... 그럼 당신만 손해지!> "
조르바가 한바탕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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