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자귀나무가 한 그루 자라났다. 꽃은 아직이고 싱그러운 이파리만 돋아나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정교함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파리를 쓰다듬자 손길을 따라 이파리들이 오므라들었다 펴진다. 그만큼 연하고 부드럽다. 모르는 새에 언제 이렇게 자라났나 기특하기도 해서 귀찮을 정도로 사진을 찍어 본다. 때때로 자연의 앞에선 극성스러운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한다. 꽃이 피었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산을 오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꽃을 볼 수 없다 해도 나와 자귀나무 사이에는 분명 피어난 것이 있다. 매번 기대를 하며 오르더라도 실망하는 일이 없는 것은 그 이유이다. 오늘도 꽃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사이를 피어나게 하는 일이다. 사람 사이에도 무슨 사이에도 피어날 게 없다면 까닭 없이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분에 씨앗을 심으면 그다음 날부터 하루에 몇 번이고 화분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들여다보는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 물을 줄 때에 돌보는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 꽃이 피면 비로소 기다렸던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