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가 넘어가고 해가 서쪽으로 가까워지는 시간.
강가에 서 있으면 스스로가 조금씩 익어가는 기분이었다.
노란 은행잎으로 뒤 덮인 땅.
오후의 햇살이 노랗게 내리쬐는 공중.
온통 금빛으로 물든 시야가 아련함을 자아냈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흔들리는 살랑임은 모두 사연을 품은 몸짓이었다.
아무 소리 없이 와도 그에 대한 응답을 지나치는 법은 없다.
고요한 부름에 반응하는 정직한 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자극한다.
눈을 감으면 소리를 향해 절로 기울어지는 고개가 느껴졌다.
가만히 서 있는 내게도 다가와 머리칼을 흩트리고 스쳐 지나가면서 사연 하나쯤을 상기시켰다.
가을바람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가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흔들리는 대신에 춤을 춰보는 것은 어떨까.
억새에서 떨어져 나온 솜털이 유영하듯 공기 중에 떠다녔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시간이 아주 느릿하게 이동을 하는 것 같다.
멀리 날아가지도 땅으로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서서히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
흩어지고 난 빈 공간으로 새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비상했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오면 시간은 제자리를 찾는다.
불현듯 깨어나 마주한 생기가 어색했다.
모든 것은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때 맞춰서 익어가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해가 비치고 있어도 하루가 다 끝난 것 같아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