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인데 언뜻언뜻 봄을 거닐게 되는 날들이다. 해가 뜨고 바람이 차지 않은 날은 포근해서인지 길가에는 여전히 민들레와 광대나물꽃이 피어 있었다.
겨울 햇살 아래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는 수면을 보고 있으면 변함이 없어서 고맙고 소중하다. 어느 계절이나 흐르고 반짝이는 것,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한결같은 것은 흐르는 강일 것이다. 언덕배기 같은 곳에 서서 바라보면 강물이 온통 은빛으로만 보인다. 강이 햇살에 너무 눈이 부시다고 아우성을 쳐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볕이 내리쬔다.
그렇게 볕 좋은 날, 과감하게 얼굴을 다 드러내놓고 햇살과 바람을 맞이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면 바깥이라 하여도 완전하게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얼굴로 맞이하는 공기는 해방된 듯 시원하고 홀가분했다.
반면 하늘은 자주 변덕스럽고 빠르게 변한다. 구름은 빈틈없이 하늘에 들어찼다가도 한 점 없이 하늘을 비우기도 했다. 해질 무렵의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몇 번이나 사진을 찍게 되는 데, 매 순간 다른 예쁨을 보게 되어서 그렇다. 어제는 오후 세시에 오늘은 네시에 산책을 나서면 틀림없이 다르다.
가을에도 묘한 날씨 가운데 앉아 있던 날을 기억한다. 단풍잎이 지는 사이로 나비가 날아다녔고 떨어진 낙엽이 쌓인 위로 민들레가 피어있었다. 포근한 바람이 부는데 땅은 가을비로 축축했다. 해는 더운데 바람은 시원해서 마치 두 개의 온도가 나란히 공존했던 것 같은 봄도 있었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성장통을 겪듯 여러 날씨를 겪는다. 그 묘한 느낌은 '스노우볼'속 겨울을 여름에 흔들어 보는 것과 같다. 계절 안에는 그런 스노우볼 여러 개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거닌 봄도 겨울이 품고 있는 투명하고 동그란 공간이 아니었을까.
오후 3시 36분
같은 날 칠 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