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by 샹송

오전 10시. 봄이면 찾아오는 고민을 안고 산길을 걸었다. 완연한 봄 속이었다. 그 안에서 고민은 자취를 감췄다. 몇 년 전 그 신비를 경험한 나는 게을러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산책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연두색 새싹이 피어나 하늘 바로 아래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풍경이 환해진다. 무릎을 굽히자 보이지 않던 꽃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봄에도 그랬듯 처음 보는 꽃을 만난다. 이름이 솜나물인 키가 작은 꽃이었다. 공기가 좀 탁한데 그래도 좋은 날이었다. 그럭저럭 좋아하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후 4시. 한낮보다 선선해진 공기가 시원했다. 공원 가는 길에 동네 할머니네 밭 입구에 민들레가, 언덕길 나무 아래 제비꽃이 핀 것을 봤다. 공원의 작은 들에는 보랏빛 산호색이 무리 지어 피어나 있었다. 모두 이전에 봤던 봄들이다.


밤 8시. 마을 매실밭에 매화꽃이 다 피더니 바람결에 향기가 집 마당까지 불어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매실밭 쪽을 바라봤다. 어둠이 내리면 산이며 들은 윤곽만 보여 그 안에 담긴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지만 뭔가를 하고 있을 것 같아 그것이 애처로울 때가 있다. 환경이 어떻든 피고 지고 하나 싶어서. 그러니 다음날 다시 오전 열시와 오후 네시를 만난다.




벌써 꽃이 피었네, 못 보던 꽃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좋다. 매번 보던 자리에 어김없이 피어나 있는 꽃송이들을 볼 때 내가 진짜 여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길을 걷다 꽃향기를 만나는 것만큼 낭만적인 사건은 없을 것이다. 새의 지저귐이 들리고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장면은 동화와 다르지 않다.


자연의 배경 안에서 날마다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줄곧 좋은 것만 보려고 했지만, 심각한 반대의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바깥을 두고 문이 닫힌다. 사람들만이 안으로 도망을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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