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이 좀 늦어지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분은 봄인데 눈이 느끼는 봄이 아직 오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새소리, 물소리, 개구리소리. 소리로는 봄이 완연히 온 것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너무 맑고 깨끗해 그들의 기분까지도 보이는 것 같을 때가 있지요. 큰 새들의 날갯짓과 우는 소리는 좀 수선스럽지만요.
매화꽃과 산수유가 벌써 피어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 꽃망울이 맺힌 나무를 하나 보긴 했습니다. 오늘 비를 맞고 내일 해가 뜨면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네요. 꽃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동네에선 꽃 핀 나무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계속 들여다봐서 늦게 피우는가 싶었습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끓지 않는 주전자처럼요.
지난해는 어땠나 사진첩을 봤더니 작년 오늘 [3월 18일] 에는 많은 눈이 내렸네요. 꽃들은 일주일 뒤에나 찰카닥' 사진에 찍혔습니다.
제 생각이 성급했던 모양이에요. 해마다 눈이 먼저든 코가 먼저든 발견하면 벌써 꽃이 피었네? 라며 봄을 맞이했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하면 하루 사이에 무엇이 피어났나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풍경이 쑥쑥 바뀌어갔습니다.
지금은 이름 모르는 작은 꽃들로 눈요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들꽃 앞에 앉으면 그 자그마하고 여린 몸집에서 그보다 더 큰 위안을 느낍니다. 들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꽃이나 풀은 움직일 수 없는데도, 바람과 햇살을 맞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지 않나요? 화단에 줄 맞춰 잘 가꿔진 꽃보다 말이에요.
아침부터 오후까지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소리 없이 오고 또 어떤 것은 닿을 수 없어 비가 내립니다. 비는 고루고루 감각을 깨워주잖아요.
습관처럼 자던 낮잠에서 깨어나 봄햇살을 맞으러 나가야겠습니다.